[시론/자키 라이디]올랑드, 위기의 유로존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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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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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키 라이디 파리정치대 교수
자키 라이디 파리정치대 교수
‘성장’이냐 ‘긴축’이냐. 유럽에 반(反)긴축 여론이 확산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재정협약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일까. 아니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신임 대통령이 재정 긴축을 고수하는 독일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공공부문 적자 유럽위기의 일부”


2013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수준을 3% 이하로 낮추기로 합의했던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못하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제재를 한다는 게 재정협약의 내용이지만, 이들 나라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유로존 탈퇴 위기에 몰린 그리스에서도 재정 긴축을 약속했던 신민당이 최근 총선에서 패배했다. 아일랜드도 재정협약에 대한 찬반을 국민투표로 물을 예정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재정협약을 비준하지 않을 태세다. 독일의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조차 긴축만을 강조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독일은 독단적인 통화주의 신봉자(monetarist)로 몰렸고, 유로존 내 경제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 상황 덕에 독일이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해 막대한 투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올랑드와 맞붙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패배로 메르켈은 사실상 외톨이가 됐다. 사르코지가 유럽의 위기관리 국면에서 프랑스의 주도적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 구도에 응한 덕에 독일은 긴축 기조를 추진하기에 용이했다. 여전히 형식적으로 프랑스와의 연대는 이어가고 있지만, 본질적으론 ‘성장 대 긴축’ 구도에서 프랑스라는 우군을 잃은 셈이다.

올랑드는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양대 축이 유럽 내 구심점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그 관계가 불균형적이라는 점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적 위축과 독일에 대한 사르코지의 애착 때문에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본다. 올랑드의 승리는 이미 유럽 내 정치적 역학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권력 재편을 위해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이례적인 상황에서 올랑드는 성공할 것인가.

올랑드는 성장촉진책으로 프로젝트 채권 발행, 유럽투자은행(EIB)의 파이낸싱 능력 확대, 금융거래세 도입, 미사용 구조기금 통합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과 유럽안정화기구(ESM)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이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U 정상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각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올랑드는 세 가지 점에서 유리하다.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과도한 긴축은 비현실적이라는 것, 공공부문의 적자는 유럽 위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해법을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랑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아냈다. 미국 역시 유럽 내 긴축이 미국의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까 염려스러운 것이다.

유럽지도자, 反긴축여론 무시못해


유럽 내 합의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한편에선 투자를 통한 성장 촉진을 지지하고, 다른 한편에선 구조조정을 강조한다. 올랑드의 제안이 위기의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긴축은 회복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유럽의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무시하려 해도 긴축에 대한 대중의 반감, 긴축으로 인해 장기적 성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명확한 사실이다.

자키 라이디 파리정치대 교수 ⓒProject Syndicate
#시론#자키 라이디#올랑드#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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