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권영철]5월엔 사랑하는 가족에게 편지를 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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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서 ‘편지’의 뜻은 ‘상대편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적어 보내는 글’로 정의돼 있다. 편지의 유래는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한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한자라는 것이 어렵고 복잡한 문자였을뿐더러 귀족층에서만 배우고 사용했기에 일반 백성들은 아예 글을 접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백성들의 애환을 눈여겨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면서 만백성이 글을 알게 됐고, 이를 사용하며 글로 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널리 확산됐으니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편지의 유래는 세종대왕 이후라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오늘날 편지의 범위는 꽤 넓어졌다. 직접 손으로 써 우체국에 가서 발송하는 전통적인 편지, 간단한 내용을 상대에게 직접 전달하는 메모 편지, 그리고 디지털시대에 각광받는 e메일 또는 스마트폰 등의 문자 발송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진정한 의미의 편지는 직접 손으로 써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리라.

책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외교공무원으로 재직 시 민원 등의 사유로 자신에게 의견을 물어왔을 때는 아무리 공무가 바쁘다 할지라도 꼭 간단한 메모라도 글로 써서 회답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정성’이 최고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몇 년 전부터 편지 대필 사이트를 운영하게 됐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6, 7명이 있고 이들 중 1, 2명으로부터 감사의 회답을 받게 되니 귀찮기도 하지만 보람으로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줄 몰라 전화로 자신의 사연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부터 대기업체 임원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연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지만 자신의 마음을 글로 전하려는 지혜로운 분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젊은 사람들 중에도 예의 바르고 지혜로운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비 시어머니께 자그마한 선물과 함께 보내드리는 글, 예비 장모님의 생신날 드리는 축하의 편지 등을 의뢰받을 때는 나 자신도 이들로부터 한 수 배운다는 느낌을 가지기에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오늘 한 통의 편지를 써보기를 권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하는 남편에게, 나를 낳아주시고 이만큼 성장시켜 준 나의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그 편지의 말미에 ‘사랑해요. 엄마’ 또는 ‘사랑합니다. 아버지’라고 쓴 글을 읽어 보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을까.

권영철 월간지 ‘행복라이프’ 발행인
#독자 편지#권영철#가정의 달#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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