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시청각의 미묘한 충돌… 음악극 ‘병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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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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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극 ‘병사 이야기’ ★★★☆

한국-벨기에 합작 공연 ‘병사 이야기’. 아시아나우 제공
한국-벨기에 합작 공연 ‘병사 이야기’. 아시아나우 제공
‘병사 이야기’는 1918년 이고리 스트라빈스키가 발표한, 11곡으로 이뤄진 모음곡으로 알려졌다. 원래 7명의 연주자와 배우, 무용가 그리고 해설가로 이뤄진 총체극 공연을 위해 쓰인 작품이다. 러시아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위스 극작가 샤를 페르디낭이 프랑스어 대본을 썼고 이를 바탕으로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했다.

12, 1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병사 이야기’(장미셸 도프)는 이 작품을 마리오네트(꼭두각시) 음악극으로 재탄생시켰다. 한국과 벨기에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내년 벨기에의 테아트르 드 라 플라스 극장 신축공연장의 개관공연을 앞두고 한국 관객에게 먼저 선보였다.

독특한 무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행접시를 연상시키는 경사진 타원 안에 한국과 벨기에 음악가로 이뤄진 7인조 관현악단이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선율을 연주한다. 그 테두리에서 한국 배우 임우철이 해설을 맡고 벨기에 배우 클레망 티리옹은 실물 크기의 병사인형(한국 조각가 최수앙의 작품)을 허리에 찬 채 마리오네트와 마임, 가면극이 결합된 연기를 선보였다. 티리옹이 프랑스어 대사를 읊조릴 때는 한글자막이 나왔다.

보름간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가던 병사가 자신의 허름한 바이올린을 탐낸 악마에게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책을 얻게 된다. 악마와의 사흘이 현실에서 3년임을 깨달은 병사는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은 대신 책의 힘으로 부자가 된다. 삶의 의미를 잃은 병사는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악마를 속여 넘기는 게임을 펼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서로 다른 시청각 효과의 불협화음에 있다. 청각적으론 시적이되 결코 노래가 아닌 대사와 전위적인 음악이 충돌한다. 시각적으론 어두운 조명 아래 인형(병사)과 배우(악마)가 서로의 정체성을 뒤흔든다. 어느 한쪽을 잡았다 싶으면 다른 한쪽이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 돈과 행복, 추억과 현재를 동시에 누릴 수 없다는 작품의 주제의식과 미묘한 공명을 일으킨다. 그러나 동화 형식을 갖췄지만 어린이 관객에겐 어렵고, 음악극이지만 그 선율이 결코 친숙할 수 없다는 또 다른 불협화음은 극복하기 어려운 태생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음악극#병사 이야기#달오름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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