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대경]112 허위신고땐 본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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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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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에서 운영하는 112 신고전화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절박한 구조요청에 대응하는 핵심시스템인데, 허위·장난전화로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 그래서 경찰은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을 계기로 112 허위 신고자를 엄벌하려고 한다.

벌금액수 경미해 처벌효과 적어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달 18일 공중전화로 112 전화를 걸어 “모르는 사람이 나를 검은색 승용차에 가뒀다”고 허위신고를 한 20대 김모 씨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의 신고로 비번 인력까지 포함된 50여 명의 경찰관이 출동해 2시간 동안 수색하는 소동을 벌였다. 어이없게도 김 씨는 경찰을 골탕 먹이려고 허위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3일 건전한 신고문화 정착을 위해 소요 경비 및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 1382만 원을 청구했다. 이는 112 허위신고에 대한 최초의 소송이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도 지난달 29일 오전 4시 10분경에 “저 지금 위험해요. 위치 추적해서 저 좀 살려 주세요”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112에 보내는 등 올해 2월부터 4차례나 상습적으로 허위신고를 한 혐의로 10대 김모 씨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내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하는 것을 근처에서 보고 있으면 묘한 긴장과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관 30여 명이 헛걸음을 했지만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기색이 없었다.

전국적으로 112 허위·장난신고는 지난해 1만861건이 접수됐고, 그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여 형법(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의거해 형사입건하거나 경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처벌률은 2011년 기준으로 12.7%(1382건)에 불과했다. 처벌 또한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벌금(1313건)으로 경미하며 구류는 25건밖에 되지 않아서 그동안 허위신고자들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찰은 허위·장난신고로 낭비되는 경찰력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고, 정작 더 위급하고 치명적인 위험이 있는 다른 사건 현장으로의 경찰 출동이 지연돼 공포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을 제때 도와줄 수 없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다.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자신의 치킨가게에 강도가 들었다고 112에 허위 신고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불구속 입건된 30대의 거짓말로 경찰관 50여 명이 동원돼 강도와 성폭행 등 사건 25건에 대한 출동이 지연됐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은 112 허위신고자에게 1∼30일 미만의 구류를 적극적으로 처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허위신고자는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인신구속을 해 실질적인 처벌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징역형-거액의 벌금형에 처해야


외국의 여러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엄하다.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는 112와 같은 긴급전화를 이용해 거짓신고를 하면 사안에 따라 징역형 또는 막대한 액수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911에 허위·장난신고를 하면 징역 1∼3년형 또는 최대 2만5000달러(약 2825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국의 999에 허위·장난신고를 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9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국가가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도 112에 허위·장난전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구조 요청에 즉각 대응하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출 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시론#곽대경#112#허위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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