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경희]주5일 수업 한 달째 “준비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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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초중고교 전면 주5일 수업제가 지난달 31일로 5주째를 맞은 가운데 “한 달이면 제도가 안착할 것”이라던 교육과학기술부의 장담과는 달리 일선 학교들은 여전히 ‘준비 중’인 양상이다. 교과부는 3월 마지막 토요일에 전체 학생의 21.1%인 147만2939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이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참여율이 주5일 수업제 첫 주 참여율인 8.8%보다 높아졌다는 것이지 제도 자체가 안착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학교-지역별 토요 프로그램 격차 커

학교 주5일제는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상호 협력해 다양한 자연체험, 사회체험, 생활체험 등의 활동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주체성과 인간성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제도이다. 교과부는 이에 대비해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든 뒤 2001년부터 연구학교를 운영했고, 2006년부터 모든 학교에 월 2회 주5일 수업을 시행하다가 올해 3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했다.

학교 주5일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기준으로 학습량 조정, 학력 저하 예방 및 사교육 방지, 학생보호지도 대체프로그램의 마련, 교육·문화적 인프라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학교 주5일제가 갈 길은 아직 멀다 하겠다. 먼저 토요 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학교가 많고 프로그램 수준과 참여율도 학교별,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교과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방문한 서울의 모 중학교는 재학생(992명)의 약 25%인 250명이 등교해 교실, 동아리방, 음악실에서의 사물놀이 등 문화예술 활동과 운동장, 체육관에서의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반면 인근의 모 학교는 몇 개의 강좌만 개설해 재학생(1300명)의 5.6%가량인 73명만 참가했다. 또 지역별로는 경북의 참여율이 37.3%로 가장 높은 반면 광주는 12.3%로 가장 낮아 최대 3배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둘째, 일선 학교에서의 혼선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주 교육당국이 주요 교과목을 제외한 프로그램을 유료에서 무료로 바꿈에 따라 일선 학교들이 프로그램을 다시 손질해야 하는 등 시행착오를 빚고 있다. 셋째, 학력 경쟁으로 학원비 부담이 늘고, 부의 양극화로 학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학원에서는 주말반 논술반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 상품을 내놓고 있고, 일부 학교는 자율학습 명목으로 토요일에도 학생들을 불러내고 있으며, 지방 학생들은 고속열차나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원정과외까지 오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 시행착오 여전

학교 주5일제는 입시교육과 개성 없는 교육으로 황폐한 우리 교육을 변화시킬 훌륭한 대안 중 하나다. 이런 점에서 이 제도의 성공 여부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역사·문화체험, 예술체험, 농·산·어촌체험, 자연·생태체험, 과학탐구활동, 여가활동, 특기·적성 계발활동, 봉사활동, 스포츠 활동 등으로 청소년들이 자기 계발과 더불어 자기 탐구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튼튼히 하고, 다양한 놀이와 교류 및 대화의 장을 통해 인간성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주5일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이 상호 교류와 협력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다각도로 구축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이 제도를 10년 앞서 도입한 일본은 가족 해체 완화, 풀뿌리 교육에서 그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교육의 인간화, 풀뿌리화에 기여하도록 관련 주체들의 관심과 지원이 적극 요망된다.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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