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보는 총선]<1>극작·연출가 이윤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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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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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넘어 미래를 보고싶다

이윤택 극작·연출가
이윤택 극작·연출가
선거철만 되면 보수와 진보의 색깔논쟁이 두드러진다. 근현대 100년의 시민 대중사회를 이끌어온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는 시민적 삶의 신념체계를 형성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그러나 신념이 무너진 사회 속에서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공허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 신념으로 존재한다기보다 현실 정치적인 파당성이 두드러졌다. 정치적 발언이 신뢰를 잃고 당파적 이념이 야합의 잡종교배를 시작하면 색깔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상대주의적인 현실정치의 편의적 색깔론으로 추락하면서 사상적 본질과 순결성을 잃어버렸다.

여기에다 발 빠르게 진행된 21세기 대중 미디어 사회로의 진입은 정부의 권위와 중심성을 약화시켰다. 국제 경쟁사회 속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은 코리아란 국명을 떼어내 버리고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21세기 젊은 전위들은 대중문화와 스포츠에서 코리아의 국격을 기대 이상으로 높인다. 그러나 대중 미디어가 주도하는 국제적 개방사회는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언제부턴가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다원화 국제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소외돼 버리는 것이다.

국가의 통제력이 힘을 잃고 문화공동체로서의 민족 개념이 불분명해지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선의 가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제 살길 제가 찾아서 각개 약진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자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여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추락하는 중산층과 대량 청년실업 사태가 두드러지는 현상은 미래를 결코 낙관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직장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종이 과학자 사업가 정치가 등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장과 공무원이라는 통계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인가를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왜 철 지난 보수와 진보의 색깔론이 두드러지는가. 그렇게 한국사회에 제시할 정치적 패러다임이 빈곤하단 말인가. 정치권이 시급하게 세워야 할 것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공선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세워야 할 공공선의 가치는 보수와 진보, 남과 북으로 쪼개져 서로 다투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 내면서 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한민족 공동체의 국가론으로 성립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총선, 대선을 치르면서 그런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이윤택 극작·연출가
#4·11총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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