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강약에 대한 편견, 약자는 언제나 도덕적 우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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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마/마이클 프렐 지음·박수민 옮김/268쪽·1만3000원·지식갤러리

미국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동성애자들’이란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팔레스타인에서는 동성애자를 범법자로 간주해 잔인하게 학대하고 광장에서 처형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동성애자 축제 퍼레이드가 열리는 유일한 나라다. 이슬람계 레즈비언 작가 어샤드 만지는 “미국의 동성애자들은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철저히 내팽개쳤다”고 말한다.

왜 인권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나 독재자들을 옹호할까.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 건물을 공격하거나, 동성애자의 몸을 생매장해 얼굴에 돌을 던져 죽여도, 선량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동을 자살폭탄 공격에 이용해도 관계없다. ‘강한 자’(미국)에게 맞서 싸우는 ‘약한 자’로서의 유대감 때문이다.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트리어츠의 전략가인 저자는 ‘가진 자’(overdog)와 ‘못 가진 자’(underdog) 사이의 ‘힘의 축’이 어떻게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대체해 이 시대의 쟁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는지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언더도그마(underdogma)’란 약자는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는 경멸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뜻한다.

언더도그마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도 나온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힘없는 다윗을 영웅으로, 힘센 골리앗은 악으로 생각해 왔다. 1923년부터 2009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27회나 우승한 뉴욕 양키스는 ‘악의 제국’으로 불린다. 심지어 세계자연보호기금 전 총재인 필립 공은 “다시 태어난다면 세계의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인간의 수를 줄여야 인간보다 힘이 약한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대해서도 주택 소유가 미국 시민들의 권리라는 환상을 심어준 정치적 언더도그마가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처음엔 언더도그로 인기를 얻다가, 힘센 오버도그로 변하는 순간 대중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수많은 추종자가 따르던 애플은 2010년 5월 ‘시장자본 총액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수전 보일은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첫 앨범이 300만 장이나 팔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현대의 정치인과 기업은 대중의 눈을 속여 ‘언더도그’가 되기 위해 갖은 연극을 해댄다”고 분석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언더도그마#인문사회#책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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