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성장]천안함 사태 2주기를 맞으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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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6일이면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된 지 2주기가 된다. 천안함 침몰 이후 한국 정부는 백령도 해상에서 수거한 북한 어뢰의 뒷부분 동체를 근거로 북한의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교역의 전면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하는 5·24조치를 취했다. 이에 북한은 천안함 사태를 ‘자작극’ ‘모략극’이라고 비난하면서 반발했고, 2010년 11월에는 연평도를 포격하기에 이르렀다.

北응징 의지 앞서 도발징후 파악을


최근에는 인천의 한 군부대 생활관 문에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이라는 대적관 구호가 붙은 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일촉즉발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보복성전’ ‘무자비한 성전’을 선언하고, 전 주민을 동원해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군민대회를 개최했으며, 이 대통령의 얼굴그림 표적지에 사격까지 했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극도로 악화된 데에는 북한 체제의 내구력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과소평가와 안이한 안보의식, 그리고 북한의 호전성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8월 김정일의 건강 이상 이후 희망적 사고를 가지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해왔다. 북한은 이에 강렬하게 반발하면서 2009년 4월 ‘광명성 2호’라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향상된 로켓 발사 능력과 핵 능력을 보여주었다.

‘북한 급변사태’론은 탈북자 중 최고 엘리트인 황장엽 씨가 ‘궤변 중의 최고 궤변’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현실성이 없는 논리이지만, 한국 정부가 그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북한의 붕괴만을 기다리는 정책을 추구한 것은 그만큼 정부 내에 대북 전문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천안함이 피격되기 4개월 전인 2009년 11월에는 대청해전으로 북측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국내 한 언론이 이명박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시 행정통합 계획인 ‘부흥계획’을 비밀리에 수립한 사실을 보도한 후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성전’을 선언하며 강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보복성전 선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가 천안함이 피격됐고, 북측 경고를 무시하다 연평도가 포격당하고 말았다.

현재 한국군은 ‘적이 도발하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의 복수 차원에서 처절히 응징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한국군은 이와 비슷한 의지를 가졌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도 필요하지만 도발은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운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징후를 미리 파악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발 예방 차원의 조치도 중요


그리고 북한의 도발 의지를 약화시키는 예방 차원의 조치도 필요하다. 2012년 현재 북한이 보복성전을 공언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진정시키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발언 하나하나에 우리가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극도의 흥분 상태에 방치해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체제의 스탈린주의적 성격 때문에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이라는 우리 군부대의 대적관 구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구호를 철거하는 대신 북한도 이 대통령에 대한 모든 인신공격을 중단하는 동시행동 제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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