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노총각이 왜 동성결혼하냐고?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연극 ‘게이 결혼식’ ★★★★

명문 귀족가문의 바람둥이 외동아들이 동성결혼을 택한 뒤 벌어지는 포복절도의 상황을 그린 프랑스산 코미디 ‘게이결혼식’. 극단 적도 제공
명문 귀족가문의 바람둥이 외동아들이 동성결혼을 택한 뒤 벌어지는 포복절도의 상황을 그린 프랑스산 코미디 ‘게이결혼식’. 극단 적도 제공
‘게이 결혼식’은 프랑스산 코미디다. 제목만 보고 동성애자(게이) 연극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극중 결혼을 올리는 남성 커플은 철저한 이성애자다. ‘아니 이성애자가 왜 동성결혼을?’이라는 지점에서 극은 포복절도의 웃음코드를 끌어낸다. 성 정체성의 교란이 벌어지고 있는 21세기적 상황을 한껏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명 귀족가문 출신 앙리(최덕문)는 바람둥이 노총각이다. 가문의 명예를 소중히 지켜온 아버지 에드몽(서현철)은 초기 기독교 성지 순례여행을 떠나며 98세로 운명한 고모의 유언장을 전한다. “고모가 평소 좋아했던 나나 무스쿠리의 CD를 남겼을 것”이란 아버지의 말과 달리 유언장에는 “1년 안에 결혼하고 결혼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15억 원 상당)을 남긴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산을 포기하자니 돈이 아깝고 결혼을 하자니 바람기를 참을 수 없던 앙리는 고민에 빠진다. 변호사 친구인 노베르(민성훈)가 그에게 묘책을 들려준다. 프랑스에선 동성 간 결혼이 법적으로 유효하니 같은 이성애자 남자와 1년간 계약결혼을 하면 된다고. 그때 그들의 눈에 앙리의 죽마고우이지만 3류 배우로 전전하는 찌질남 도도(노지원)가 들어온다.

이 작품은 대학로 장기흥행작인 ‘라이어’를 떠올리게 한다. ‘라이어’에서 두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자의 거짓말이 끝없는 거짓말을 낳듯 앙리와 도도의 거짓결혼도 기상천외한 반전의 연쇄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상황의 웃음에만 충실한 라이어와 달리 ‘게이 결혼식’에는 성 정체성이 뒤섞인 현실에 대한 매콤달콤한 풍자가 담겼다.

“난 남자와 결혼할 수 없어”라고 도리질치는 앙리를 설득하는 노베르의 대사가 그 정곡을 찌른다. “야야, 이게 요즘 트렌드야. 남성과 여성을 이리저리 뒤섞는 게 트렌드라고. 아니 원래 결혼도 그래, 평화를 유지하고 세습되는 질서를 보호하는 게 결혼이라고. 넌 원래 결혼의 기능을 재확인시켜주면서 트렌드도 선도하고, 듣기만 해도 아름답지 않냐?… 이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이성간에 결혼들 하잖아.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동성결혼을 못한다? 이건 완전 차별이야. 차별!”

관객의 의표를 찌르며 반전을 거듭하는 나머지 내용은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를.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 i : :
제라드 비통·미셸 뮌즈 작. 민준호 연출. 에드몽 역으로 남문철, 앙리 역으로 이희준과 최대훈, 노베르 역으로 우지순, 도도 역으로 김늘메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7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 3만5000원. 02-766-344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