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서울국제마라톤대회]달리고 또 달려보니 ‘펀런’이 최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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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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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마라톤 D-5
마라톤 풀코스 114회 완주 도전 황재윤 씨

황재윤 씨
황재윤 씨
1997년 봄 TV를 보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해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70대 할아버지, 간경화를 딛고 완주한 50대 화가, 무엇보다 11세 소년이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기쁨에 겨워 우는 장면을 보고 ‘도대체 난 뭘 하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1994년 스키를 타다 왼쪽 인대가 파열돼 철심을 박고 재활만 하고 있던 터였다. 육사 출신으로 운동에는 일가견이 있던 나인데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달렸다.

18일 열리는 2012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 풀코스 114회 완주에 나서는 황재윤 국세청 심사1 과장(57)이 마라톤에 빠져든 배경이다.

처음엔 무릎이 완쾌됐는지 가늠하려고 달렸다. 1997년 말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1년여 동안 ‘하프 마니아’로 달렸고 1999년 3월 풀코스에 입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달리기 열풍이 분 것도 그를 마라톤으로 내몰았다. 사회 전체가 마라톤에 빠진 듯한 분위기였다.

2001년 4월 이틀 새 풀코스를 2회 연속 완주하면서는 “인간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몸소 느끼면서 달렸다. 그해 11월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고 2002년 트라이애슬론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3시간47초에 주파했다. 울트라와 철인3종을 하면서 2004년엔 풀코스를 30회나 완주했다. 골수 마라톤 마니아로 명성도 얻었다. 2005년 4월 풀코스 마라톤 입문 7년 만에 100회를 돌파했다. 달려야 살아있음을 느꼈다.

업무상 2005년 중국으로 발령이 나면서 3년간 풀코스를 7회밖에 완주하지 못했고 2008년 귀국한 뒤에도 국내에 적응하느라 풀코스를 3회만 달렸다. 그러면서 마라톤에 대한 철학도 바뀌었다. 황 과장은 “한창 땐 1년 52주 중 37주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젠 펀런(즐겁게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17분43초. 하지만 이젠 주 3회 10km를 가볍게 달리며 봄 가을 4시간30분 페이스로 2회씩 풀코스를 달리고 있다. 그는 “70세가 넘어서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것 아닌가요. 그때까지 달리기 위해선 이제 즐겨야죠”라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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