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의 인권문제가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먼저 국내로 입국한 탈북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제대로 성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탈북학생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68%, 중학생의 66%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학부모 역시 62%가 자신의 자녀가 탈북학생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탈북학생들은 주변 학생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이들은 북한이 싫어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왔지만 여전히 헐벗고 굶주린 북한에서 온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발생하면 이들을 북한당국과 동일시하면서 적대시하는 경향도 보인다. 북한체제를 부정하고 탈출한 이들을 북한체제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남한학생들의 선입견과 배타적 태도가 탈북학생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정규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거나 학교 밖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탈북학생의 중도탈락률은 남한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0년 탈북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초등학교 2.5%, 중학교 4.4%, 고교 10.1%로 전체 탈락률은 4.7%에 이른다. 최고치였던 2007년 10.8%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은 다행스럽다. 이에 비해 남한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초등학교 0.3%, 중학교 0.8%, 고교 1.8%이며 전체로는 0.8%에 불과하다.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이들은 남한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찾아온 우리 이웃이자 국민의 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달리 탈북학생들은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사막에서 방황하는 유랑민과 같다. 우리의 그물망에서 이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일반학생들의 배려도 중요하다. 또래친구들과 관계 맺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탈북학생들의 부진한 기초학력을 보충하려면 이들 수준에 적합한 맞춤형 교재를 만들어야 하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을 발견하면 즉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반학생들이 탈북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자료도 보급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교육기관이 탈북학생 교육에 대해 이전보다 많은 관심과 예산을 지원하면서 중도탈락률을 낮추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교육현장 전반에 확산되고 정착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탈북학생들은 그들을 안내하고 조력하는 지지자로서 멘토가 필요하다. 대학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탈북학생들은 자신을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선생님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의지할 데 없는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멘토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탈북학생들의 멘토는 학교 선생님이거나 선배 학생이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후원자나 신앙인일 수도 있다. 멘토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들은 심리적 지지자로서 탈북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소중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가 탈북학생의 버팀목이 되고 보듬어 주는 것은 북한 주민까지 포용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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