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만길]국내 탈북학생부터 제대로 보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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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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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
최근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의 인권문제가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먼저 국내로 입국한 탈북학생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제대로 성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탈북학생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68%, 중학생의 66%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학부모 역시 62%가 자신의 자녀가 탈북학생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탈북학생들은 주변 학생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이들은 북한이 싫어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왔지만 여전히 헐벗고 굶주린 북한에서 온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발생하면 이들을 북한당국과 동일시하면서 적대시하는 경향도 보인다. 북한체제를 부정하고 탈출한 이들을 북한체제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남한학생들의 선입견과 배타적 태도가 탈북학생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정규학교와 대안학교를 넘나들거나 학교 밖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탈북학생의 중도탈락률은 남한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0년 탈북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초등학교 2.5%, 중학교 4.4%, 고교 10.1%로 전체 탈락률은 4.7%에 이른다. 최고치였던 2007년 10.8%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은 다행스럽다. 이에 비해 남한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초등학교 0.3%, 중학교 0.8%, 고교 1.8%이며 전체로는 0.8%에 불과하다.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이들은 남한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찾아온 우리 이웃이자 국민의 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달리 탈북학생들은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사막에서 방황하는 유랑민과 같다. 우리의 그물망에서 이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일반학생들의 배려도 중요하다. 또래친구들과 관계 맺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탈북학생들의 부진한 기초학력을 보충하려면 이들 수준에 적합한 맞춤형 교재를 만들어야 하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을 발견하면 즉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반학생들이 탈북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자료도 보급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교육기관이 탈북학생 교육에 대해 이전보다 많은 관심과 예산을 지원하면서 중도탈락률을 낮추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교육현장 전반에 확산되고 정착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탈북학생들은 그들을 안내하고 조력하는 지지자로서 멘토가 필요하다. 대학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탈북학생들은 자신을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선생님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의지할 데 없는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멘토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탈북학생들의 멘토는 학교 선생님이거나 선배 학생이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후원자나 신앙인일 수도 있다. 멘토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들은 심리적 지지자로서 탈북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소중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우리가 탈북학생의 버팀목이 되고 보듬어 주는 것은 북한 주민까지 포용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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