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6> 끝나지 않은 ‘생활속 여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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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남겨둔 채… ‘자발적 이산가족’ 속출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지진 때문에 불안해 견딜 수가 없어요. 아직도 3·11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본 도쿄에 사는 30대 중반의 여성 오하시 아야코(大橋亞矢子) 씨는 한숨을 내쉰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리히터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하루 평균 1.48회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4년 이내에 수도권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50%라는 도쿄대 지질연구소의 발표도 있었다.

오하시 씨의 걱정은 지진만이 아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먹을거리, 자녀 건강, 더딘 복구 작업 등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총체적 불안감도 골칫거리다. 대지진이 난 지 1년이 다 됐지만 일본 국민의 일상생활을 뒤흔드는 ‘생활 속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요코하마 시에서 커피숍을 하는 이와사키 도모미(巖崎智美·42) 씨는 요코하마에 직장이 있는 남편만 남겨둔 채 초등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구마모토(熊本)로 이사하기로 했다. 구마모토는 일본 남쪽인 규슈지역에서도 거의 끝자락이다. 이와사키 씨는 “수도권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지만 앞으로 우리 애의 건강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시내 상당수 초중고교는 전 학생이 의무적으로 학교급식을 하게 돼 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는 도시락 지참을 허용했다. 급식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원산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주부들의 장보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40대 주부 기노시타 도모코(木下朝子) 씨는 “예전에는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장을 봤지만 이제는 슈퍼마켓의 재료를 보고 그날 메뉴를 정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전혀 인기가 없던 호주산 쇠고기가 가장 먼저 동나는가 하면 한국산 식품을 파는 한국 슈퍼마켓은 일본 손님으로 하루 종일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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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을 통해 몸속에 방사능이 조금씩 축적되는 내부피폭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결과가 없다. 하지만 ‘앞일을 알 수 없다’는 불안이 음식물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다음 달부터 음식물 방사능 규제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불신과 공포는 지역 이기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후쿠시마(福島) 미야기(宮城) 이와테(巖手) 3개 현은 지진해일(쓰나미)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1년 동안 처리된 양은 5%에 불과하다. 자체 소각시설로 감당할 수 없어 전국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소각장을 과도하게 가동하면 시설이 빨리 노후한다”거나 “쓰레기는 각 지자체 내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쓰레기 반입을 허용하는 지자체에는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손을 들고 나선 지자체는 없다.

지난해 말 아사히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80%가 일본을 위험사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재해를 만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안심 안전사회를 자랑해온 일본 국민의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6일 현재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1만9126명이며 이 중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5.5%인 104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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