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병기]손쉬운 부가세 감면정책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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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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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민자(民資)도로 통행료, 이동통신요금, 음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최근 정치권이나 각 정부부처, 업계가 부가가치세 면제를 요청했던 품목들이다. 세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전략적으로 해당 산업을 육성하는 데 부가세 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가세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은 18대 국회에서만 50건이 발의됐다. 17대 국회(28건), 16대 국회(7건) 때보다 크게 늘었다.

매년 세제(稅制)개편 때마다 부가세 감면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부가세를 면제해주기 쉽고 ‘생색’도 나기 때문이다. 소득세나 법인세처럼 복잡하면서 조금만 개정해도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세금과 달리 부가세는 손쉽게 특정 품목에만 세금을 감면해줄 수 있다. ‘5세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처럼 정치권과 정부가 줄다리기를 통해 막대한 예산을 편성할 필요도 없다. 세금을 깎아주는 데 쏟아 부어야 하는 노력은 적지만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덜 내고 싶고, 조금이라도 물가가 낮아졌으면 하는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어 정책 홍보 효과는 높다.

문제는 부가세 면제가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가세는 소비자가 내야 할 세금을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사업자가 물건값에 포함시켜 받아뒀다가 대신 내주는 간접세다. 사업자는 소비자를 대신해 세금을 내주는 셈이니 정부가 부가세를 내리면 사업자는 당연히 판매하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도 그 만큼 낮춰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로부터 부가세를 받아 정부에 내는 역할을 맡는 사업자들이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했을 때의 얘기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세원이 투명해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개인사업자들의 소득 탈루율은 40% 안팎으로 높다. 세금탈루를 목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현금할인’이 아직도 일부 결제관행으로 엄연히 남아있는 현실에서 부가세를 면제해준들 사업자들이 순순히 소비자가격을 낮춰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정부의 부가세 면제조치에도 이용료를 올리고 있는 산후조리원(17일자 A12면)과 같은 사례는 부가세 감면조치가 있을 때마다 늘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과 부합해야 한다. 부가세 감면처럼 손쉬운 정책을 찾기보다는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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