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성호]‘아덴만 여명’ 어느새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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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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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일로 소말리아 인근 아덴 만 해상에서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이 청해부대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펼친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지 만 1년이 된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재음미할 가치가 있다.

한국식 대응, 선제적으로 바꿔

우선 여명작전은 한국 선박을 대상으로 한 해적의 불법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해적은 오래전부터 만민법(萬民法)상의 범죄요, ‘인류의 공적(公賊)’으로 간주돼 왔다. 이 때문에 해적과 협상해 몸값을 주고 인질을 풀려나게 하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하지만 삼호드림호 사건에서 우리는 선원들의 장기 억류에 지친 나머지 소말리아 해적에게 고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선원을 석방시키는 우를 범했다. 여명작전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동시에 그간 ‘한국식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우리 선박의 납치를 노리는 해적들에게 강력한 경고로도 작용했다.

여명작전은 선원들이 해적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무력작전을 전개한 첫 사례였다. 많은 위험 요소가 있었음에도 최영함, 링스헬기, 특수전여단(UDT/SEAL) 작전팀이 입체적인 작전을 통해 신속하게 수색, 해적 제압, 선원 구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는 과감한 무력진압 결정, 치밀한 사전계획과 철저한 준비, 국가정보원 등의 정보 지원, 민관군 및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여명작전은 2006년 이후 세계 해적 피랍 선박(총 177건)에 대한 8차례 구출작전 중 인명 희생 없이 해적을 완벽히 제압한 사례다. 전 세계는 청해부대의 활약상에 갈채를 보냈고, 연합해군사(CMF)는 여명작전을 벤치마킹 사례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는 우리에게 해군 특수부대의 교육훈련을 요청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 군의 입지가 상당히 높아졌다.

여명작전은 군의 존재 이유를 확인해주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아덴 만의 영웅’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에 처할 때 목숨 걸고 지켜주는 국군이 우리 곁에 있음을 확실하게 각인해 주었다. 2008년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해적 퇴치활동 동참을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했는데, 여명작전은 해외 파병을 통한 국제평화활동 참여(특히 해적 진압을 통한 해상교통 안전 확보) 필요성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해적재판을 진행함으로써 국제범죄인들에게 사법적 정의(단죄)를 실현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옥에 티도 있었다. 작전 진행 상황에 대한 과다 홍보와 군사기밀 누출, 엠바고(보도시간 제한) 위반에 대한 징계 논란, 석해균 선장 부상에 따른 유언비어 등이 그런 예다.

작전 성공으로 새로운 과제 받아

여명작전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 사후 진압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함은 불문가지다. 한반도의 40배에 이르는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는 우리나라 상선은 매년 500척 정도 된다.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안전대책이 절실하다. 둘째, 해적 진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을 완비하는 한편 국제공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셋째, 선박 내 격실 중 하나를 안전대피소로 개조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출작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필요시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 군은 인명 희생을 줄이는 진압작전 능력을 배가해야 한다. 다섯째, ‘대(對)해적 외교’를 강화해 해적 전담 국제사법기구와 국제해양경찰기구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해상 안전 확보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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