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25>請野에 九一而助하고 國中에 什一하야 使自賦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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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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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문공의 신하 畢戰(필전)에게 맹자는 이상적인 토지제도 및 조세제도의 大法을 말한 후 그 세부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맹자는 농촌에서는 정전법에 따라 토지를 구획해서 助法(조법)의 조세제도를 적용하고 서울에서는 정전법을 쓰지 않고 도랑과 못 따위를 만들고 남은 토지를 균분한 후 貢法(공법)의 조세제도를 적용하라고 말했다. 곧 주나라의 徹法(철법)을 시행하도록 권장한 것이다.

請은 자기 의견을 개진하여 권하는 청유의 말이다. 野는 서울 郊外(교외)에 있는 都(도)와 鄙(비)의 땅을 말한다. 九一而助는 토지를 정전법에 따라 9등분해서 가운데 公田의 수확을 세금으로 바치는 助法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교외는 토지가 넓으므로 정전법을 시행해 9분의 1 조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國中은 郊外와 近郊를 구분하는 郊門(교문)의 안에 있는 鄕(향)과 遂(수)의 땅이다. ‘什一하야 使自賦하라’는 말은, 國中의 경우 정전법에 따라 토지를 구획하지 말고 溝혁(구혁·도랑과 못)을 만들어 하수시설을 확충하고 거주민들에게 수확의 10분의 1을 스스로 바치게 하라는 것이다. 교내의 땅은 토지가 좁고 거리가 뚫려 있으므로 정전법을 시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1夫마다 100이랑씩의 밭을 나누어 주어 경작하게 하고 해마다 作況(작황)을 보아 그 수확의 10분의 1을 세금으로 바치게 하라고 한 것이다. 九一이나 什一이란 표현은 각각 ‘9분의 1’과 ‘10분의 1’이란 뜻이다. 使自賦의 賦는 세금 납부를 말한다. 교외의 토지에는 관리가 나가 세금을 받아왔지만 교내는 백성들로 하여금 세금을 직접 납부하게 한다는 뜻이다.

당시 등나라는 助法을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貢法을 시행하더라도 10분의 1을 걷은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세금을 걷었다. 맹자 당시 다른 제후국들도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맹자는 토지제도의 이상을 정전법에서 찾되 농토가 넓은 교외에서는 정전법에 따라 助法을 실시하고 서울 근교에서는 정전법을 시행할 수 없으므로 貢法을 시행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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