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마이웨이’ 이야기꾼 강제규, ‘노르망디의 동양인’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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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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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3대 전투, 역사 속 실제 전투와 차이는●허구와 사실 버무려 1만2000km 여정 그려내●스케일에 비해 자주 끊기는 이야기 흐름은 마이너스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조선 청년이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어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변하는 내용의 300억 대작 '마이웨이'(감독 강제규, 제작 디렉터스)가 21일 개봉한다.

그동안 6·25전쟁을 소재로 한 여러 방화들을 즐겨봤던 터라 2차 세계대전의 굵직굵직한 전투를 망라하는 '마이웨이'의 방대한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일제시대 조선의 경성에는 달리기를 잘하는 두 소년 김준식(장동건)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는 서로 달리기 하나는 자기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두 소년은 일본 제국주의 확전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타츠오는 일본 관동군 장교로 노몬한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강제 징집된 조선인 준식 역시 그 곳에서 타츠오와 재회,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는다.

이제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두 주인공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보여준다.

준식과 타츠오가 처음으로 휩쓸리는 노몬한 전투, 소련 군복을 입고 독일군과 싸우게 되는 제도프스크 전투, 마지막 노르망디 해안에선 독일군복을 입고 연합군과의 사투까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내용을 담는다. 방대한 서사를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노몬한 전투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우리에겐 낯선, 전투사 장면들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과는 전혀 다른 세상 이였던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조선인이라….' 영화를 보다 문득 어떻게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강제규 감독에 따르면, 영화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에 독일군 포로로 끌려온 동양인의 모습. 일본군에 징집돼 소련군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2차 세계대전의 격전장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돼 잡힌 조선인이었다.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2005년 12월 SBS를 통해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로 조명됐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강제규 감독이 영화화에 나섰다.

우선 영화 속 첫 전투인 '노몬한 전투'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다.

노몬한 전투는 1939년 5월~9월 사이 몽골과 만주 서북부의 노몬한을 중심으로 광대한 호롱바일 초원에서 벌어진 소련·몽골 연합과 일본 관동군이 벌인 대규모 국지전이다.

1895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의 잇단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장악한다. 북만주 일대를 장악한 일본 관동군은 밑으로는 중국을 위협했으며 위로는 가상적국인 소련의 위협에 대비 하고 있었다. 당시 소련과 우호조약을 체결한 몽골과 일본이 괴뢰국으로 세운 만주국은 4000㎞가 넘는 긴 국경선으로 인해 분쟁이 자주 일어났다.

결국 잦은 충돌은 일본 관동군과 소련 극동군이 직접적으로 붙게 되는 원인이 된다. 몽골 동북부 호롱바일 지역에서 벌어진 이 싸움이 바로 노몬한 전투다.

당시 소련 극동군 지휘관은 전쟁영웅인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이다. 소련 극동군은 약 400여대의 최신 전차, 중포, 전투기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일본 관동군의 기갑전력은 100여대의 전차만 있었을 뿐이다.

주코프의 지휘 아래 전차를 앞세우고 돌진해오는 소련군에게 일본군은 총검과 맨몸을 사용한 백병공격으로 응전했으나 처참히 당하고 만다. 일본은 전사 8000여 명, 부상 9000여 명의 피해가 났고, 소련도 몽고군 포함 전·사상자가 2만5000여 명에 달했다.

이 전투로 몽골은 당시 하루하강 밑의 호롱바일 지역까지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일본을 불신한 소련은 소련 극동군에 30개의 사단을 투입 극동의 방어를 공고히 해 일본이 더 이상 소련 극동지역을 넘볼 수 없게 만들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반자이(돌격)정신만 가진 일본군은 소련군이 보유하고 있던 BT계열 전차에게 무참히 당하게 된다. 1차 전투에서 패한 일본 관동군 소속 23사단 62연대장인 사카이 대좌도 전투에 패한 책임으로 할복(割腹)한다.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전투에서 패한 일본군 준식과 하세가와 타츠오는 포로수용소에서 또 한번 죽음에 직면한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맞는 타츠오를 준식이 구해주며 둘 사이에는 운명적 동지의식이 싹트게 되고, 이후 소련군 신분으로 독·소전이 한창인 '제도프스크 전투'에 참가해 또 한번 지옥을 함께 경험 한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제도프스크라는 지명은 기자에겐 생소했다.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소련 군복을 입은 포로들이 기차로(치타-옴스크-페름)향하는 곳이 '제도프스크'라는 곳인데, 소련에 실제로 이런 명칭의 도시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여간 전체 스토리를 따져보면 소련군으로 전향한 포로들이 총알받이로 내몰린 전투는, 소련이 1941년 12월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한 독일군을 상대하던 '모스크바 전투'가 맞을 것이다.

다만, '마이웨이' 속 전투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 나오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흡사하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보충병들은 2명이 1개의 총을 지급받고 무조건 독일군의 진지를 향해서 돌진하는 장면이나, 빗발치듯이 쏟아지는 기관총 앞에서 후퇴하는 아군을 향해 정치위원이 소리쳐 독전하는 모습이 그렇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일원이던 소련의 최고 군사전력은 총도 전차도 아닌 '사람'이었다.

독일과의 전투에서 인적 물량으로 밀어 붙였던 소련군 지휘부는 독일군의 총알을 허비할 목적으로 "무조건 돌격"이란 명령을 수시로 내렸으며, 되돌아오는 아군을 향해 맥심 기관총을 발사해 소련군 손에 죽는 소련군의 숫자가 전투에서 죽는 숫자보다 많았다고 한다.

준식과 타츠오는 소련 도망병과 마찬가지로 독일을 가로 지르는 긴 여정 끝에 베를린에 입성한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착 후 탈진한 타츠오는 낙오되고, 준식은 독일군에 발각돼 징집 당한다. 일본군, 소련군을 거쳐 독일군이 된 것이다. 그는 또다시 사지(死地)로 몰린다.

대략 1941년 말에서 1944년 5월까지의 시간이 흐르고, 노르망디 해안. 독일군 대서양 방어에 동원된 동방부대 안에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된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 간에 없어서는 안 될 운명적 동지애를 느끼며 같이 집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지만, 연합군의 노르망디 총공세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다.

우리에게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은 독일의 좋은 시절이 다 간 194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유럽을 석권한 독일에게 드디어 연합군의 총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연합군 전 세력이 영국에 모여 상륙지점을 검토하게 되고, 독일군은 파스칼레로 상륙할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주요 전력을 파스칼레에 모이게 한다.

영화에선 준식과 타츠오도 노르망디 동방사단에 배치되어 있다가 파스칼레로 이동하기 바로 전 연합군의 융단폭격과 함포 사격을 받는다. 노르망디 상륙이 시작된 것이다.

이 부분 역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에서 나오는 초반 상륙전의 모습과 비슷하나, 방어하는 독일군복의 준식과 타츠오의 시선으로 인해 영화는 독자적인 내용을 담아간다.

▶그릇 넘치게 과식한 느낌, 1·2부로 나눴으면 더 좋았을 걸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그동안 할리우드 전쟁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노르망디의 동양인'이라는 새로운 스토리로 이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웨이 백 등 전쟁 영화의 최고봉들을 거울삼아 만들어진 영화 '마이웨이'는 2011년 한국영화 최고의 모험이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서글픈 젊은이들의 운명을 스펙터클한 화면으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다만, 충분한 양의 스토리를 한 그릇에 담아 그릇이 꽉 차 밥을 배불리 먹었으나 과식한 느낌이 든다.

중간 중간 상당 분량이 편집된 듯 영화 속 상황 전환이 그리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각 전쟁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주르륵 나열된 듯 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트와일라잇 4편 '브레이킹던'처럼 1,2부로 나눠 보여줬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스토리라면 충분히 1년을 기다려 내년 겨울에도 준식과 타츠오의 삶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고 싶어 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yjj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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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영화 ‘마이웨이’…이야기꾼 강제규 ‘노르망디의 동양인’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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