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 성적 욕심 버리고 리빌딩 나설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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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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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후 美 유학 이상민이 보는 삼성의 부진

지난해 삼성에서 은퇴한 뒤 미국 뉴저지 주 포트리에서 어학연수 중인 왕년의 컴퓨터 가드 이상민(39). 그는 올 시즌 14연패에 허덕이며 최하위로 처진 삼성의 부진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조성원 코치는 현대 시절 함께 전성기를 이룬 절친한 선배다. 게다가 후배 김승현은 자신처럼 삼성을 선수생활의 종착역으로 선택해 뛰고 있기에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상민은 현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 KCC를 거쳐 삼성으로 옮겨 세 시즌을 뛴 뒤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다. 삼성의 멤버가 너무 안 좋다. 게임을 풀어나갈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이상민은 오리온스에서 트레이드된 김승현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룸메이트였어요. 승현이는 신인이었죠. 겉보기와 달리 정리정돈을 잘했는데….” 당시 이상민과 김승현은 번갈아 포인트 가드를 맡아 한국 농구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섰다. 이상민은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극적인 3점슛으로 결승 티켓을 안겼다. 김승현은 중국과의 결승에서 결정적인 가로채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상민 역시 오랜 허리 부상에 시달렸기에 같은 부위의 디스크로 애를 먹은 김승현과 동병상련의 심정이다. “허리는 쉽게 고치기 힘들어요. 승현이는 3년 공백도 있었고 뭔가 보여주려고 무리하다 보면 더 나빠질 수 있어요. 자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상민은 리빌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차피 정상 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수 신인을 뽑기 위한 전략이 필요해요. 드래프트에서 앞 순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해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만 집착하면 전력 보강이 쉽지 않아요. 삼성도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죠.”

이상민과 삼성에서 함께 뛰다 최근 모비스에 영입된 테렌스 레더는 “예전 삼성에는 가족 같은 정이 넘쳤다. 요즘은 달라 보인다. 이상민 같은 리더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역시 “팀의 기둥이 되는 선수들이 하나둘 떠났다. 그런 선수들을 보호해 줘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소속감도 커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여름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계획인 이상민은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영화 하나 내려받으려면 서너 시간은 걸린다. 한국 농구 보기도 쉽지 않다. 25일 뒤늦게 개막하는 미국프로농구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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