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열]새로운 명문고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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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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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동아일보가 보도한 ‘시도별 일반계 고교 평가 결과’는 그동안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 예컨대 사립고교의 강세 등을 재확인시키고 동시에 서울에서 여고의 상위권 독식같이 명문고교의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했다. 학교들은 순위에 따라 희비가 갈렸고, 고교에 진학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이 제공하는 일반고 평가 정보에 관심을 보였다. 정보의 특징을 알면 그 정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가 이전의 학교평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며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사립高 전국적 강세 재확인

우선 평가방법 면에서 이번 평가는 학력수준과 교육여건, 평판도 등 다양한 정보에 근거한 ‘종합적’ 평가다. 이전의 학교평가는 주로 수능 성적과 명문대 진학자 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같은 단일한 학력 정보에 근거한 ‘부분적’ 평가였다. 따라서 이번 평가는 이전과는 달리 우리나라 일반고의 현황을 보다 타당한 방식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평가 결과에서 몇 가지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이번 평가 결과는 일부 도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도에서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강세임을 재확인시켰다. 이는 지난 3년간 공·사립고 간 수능 성적 차이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 사립고 강세 현상에 대해선 사립고들이 장학금 등 교육여건 개선에 투자하고, 교장과 교사들이 강한 주인의식과 책무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노력해 학력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런 가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공립고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둘째, 서울 지역에서 여고의 상위권 독식 현상이 드러났다. 10위권에 남자 고교는 전무하고 남녀 공학만 1개교 있을 뿐이다. 이번 결과는 학력, 교육여건, 평판 등을 종합한 평가이기에 어떤 요인이 크게 작용해 여고 강세 현상이 나타났는지 추가 분석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강세를 보이는 여고들과 그렇지 않은 여고들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셋째, 명문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명문고란 단지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자 수만을 근거로 할 수 없고, 뒤처지는 학생들을 끌어올려 최소화하면서 다수의 상위권 학생들을 배출하는 학교, 교육여건이 개선된 학교라는 것이다. 기존 명문고들이 학교 내 학력의 양극화로 예상과 달리 낮은 순위에 머물렀고, 오히려 상위권 학생층이 두껍고 하위권 학생층이 얇은 학교와 교육여건이 좋은 학교들이 10위권에 들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고교간 경쟁이 학교 발전 원동력

끝으로, 고교 간 적절한 경쟁이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경남과 충남, 광주 등지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고교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한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선호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는 사립고의 노력과 경쟁은 학교의 지속적 개선과 발전의 동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사립고의 강세 현상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학력, 교육여건, 평판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번 ‘시도별 일반계 고교 평가’ 결과의 공개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고교 선택에 필요한 학교의 특성 정보를 제공하고, 고교에는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학교 되기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적절한 평가지표의 선정 등 고교 평가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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