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빈민 식량’ 피자가 세계食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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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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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의지구사/캐럴헬스토스키지음·김지선옮김/1만5000원·232쪽·휴머니스트
◇ 치즈의 지구사/앤드류댈비지음·강경이옮김/1만5000원·236쪽·휴머니스트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둘러본 뒤 이렇게 적었다. ‘나폴리 빈민들은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피자로만 근근이 살아간다.’ 가난한 나폴리 사람들이 먹던 피자가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됐을까. 미국 덴버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에서부터 ‘피자의 지구사’를 시작한다.

보잘것없는 음식이었던 피자가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으로 부상한 것은 이민과 관광의 물결 덕분이었다. 나폴리 전통 음식이었던 피자는 이탈리아의 국민 음식이 되기 전에 먼저 미국으로 이주한 나폴리 이민자들의 음식이 됐다. 피자의 ‘제2의 고향’이 미국인 셈이다. 몇 가지 재료만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피자는 이들에게 생계 수단이자 고향과 이어주는 끈이었다.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피자의 인기가 한창이었던 1945년 이후, 늘어난 중상류층은 피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간식이나 연회 음식으로 피자의 위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둥글납작한 빵이라는 단순한 바탕과 취향에 따라 토핑을 바꾸면 새로운 음식으로 변모하는 복잡성이 공존하는 피자는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치즈를 발견한 일은 그다지 극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금방 부패하는 가축의 젖을 안정적이며 고정적인 식량원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은 고심했다.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가축의 젖은 치즈라는 새로운 음식으로 거듭났다. 언어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치즈의 지구사’ 저자는 치즈의 거대한 힘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지속성’, 그리고 재료 제조법 숙성방식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질감을 내는 ‘다양성’을 꼽는다.

이 두 권의 책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친숙해진 음식의 역사를 다루는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시리즈로 출간됐다. 음식인류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감수하고 각 권마다 한국음식문화사와 해당 음식의 관계를 정리한 글을 실었다. 카레, 초콜릿, 우유를 다룬 책도 낼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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