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리비아’를 위해 권력을 내려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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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퇴 약속 지킨 마흐무드 지브릴 과도정부 총리

리비아 내전 기간 내내 과도정부의 수반으로 혁명을 이끌었던 마흐무드 지브릴 총리(59·사진)가 당초 자신이 약속한 대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민주주의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리비아에서 새로운 권력 창출에 성공하자마자 스스로 물러난 지브릴 총리의 결단이 리비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브릴 전 총리는 올 3월부터 과도정부의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일찌감치 리비아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했다. 그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를 해온 ‘해외파’로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좋은 대화 상대로 평가받아 왔다. 과도정부에 합류한 뒤에도 훌륭한 외교 수완을 발휘해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리비아 반군을 지지하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사실상 내전 종료가 임박한 10월 초 “리비아가 모두 해방되면 권력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10월 20일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직후에는 알리 타르후니 석유·재무장관에게 실권을 사실상 이양했고, 새 임시총리 선출을 계기로 리비아 과도정부를 완전히 떠났다.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던 지브릴 전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을 결심한 것은 카다피 몰락 이후 리비아 내부에서 워낙 많은 견제를 받는 등 권력 암투에 지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브릴 전 총리는 10월 초 사임 의사를 밝힐 당시 “리비아는 무한 권력투쟁에 빠져 있다”며 “권력투쟁에는 자금과 조직, 무력, 이데올로기가 필요한데 나는 그중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도정부와 전통 이슬람 시민군 세력 간의 갈등에서 원인을 찾았다. 카다피군과의 일선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일부 강성 이슬람 반군 세력은 그동안 해외 업무에만 주력해 온 그를 ‘서방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사임을 요구해왔다. 또 지브릴 전 총리가 리비아 내전 이전에도 워낙 오랫동안 해외에서 체류해 왔기 때문에 그의 국가 정체성 자체가 의심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브릴 전 총리는 임기 마지막 날인 10월 30일 “향후 정치 일정이 늦어지면 리비아에 너무 긴 정치적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며 권력 이양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지브릴 총리가 일단 정계에서 물러났지만 향후 헌법 개정과 의원 및 대통령 선출 과정에서 화려하게 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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