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호연]대종상, 재미-권위 더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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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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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일반심사위원
김호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일반심사위원
지난해 대종상 예심을 앞두고 심사 공간을 마련해 준 서울극장 곽정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회개합니다. 제가 그동안 대종상을 망쳐놓은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새롭게 대종상을 바꾸어 주십시오.” 원로 영화인의 이 멋진 회개는 한국 영화 역사 그 이상의 것을 지닌 대종상의 일부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이고, 새로운 대종상을 위한 바람을 담은 고백이었다.

제48회 대종상영화제가 17일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도 대중에게 기쁨을 준 영화인들을 기억하며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그렇지만 대종상영화제가 언제부터인가 예전만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에는 영화제 하면 대종상영화제를 딱 떠올렸지만 이젠 비슷한 성격의 영화제들도 있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축제적 성격의 영화제가 대중을 흡입하다 보니 대종상은 관심 밖으로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50년 역사를 눈앞에 둔 대종상영화제도 새로운 시대 흐름 속에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대종상영화제의 또 다른 역사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시상식 시기에 대한 문제다. 현재 대종상영화제는 10월에 열린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얼기설기 겹쳐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진다. 또 전년 10월부터 그해 9월 즈음까지 출품된 영화로 심사하다 보니 성격이 모호한 면이 있다. 뛰어난 작품이라도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경우 심사위원들의 자기 검열로 수상 후보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의미와 함께 독자성을 띤 영화제로 깊이를 더하려면 시상식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대종상영화제의 대중화도 거듭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대종상은 국가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진행하다 보니 단순한 시상식에 머문 감이 없지 않다. 영화인들만의 행사에 그치고 대중과 함께하는 것은 소홀히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상제도는 없지만 대중과 호흡하듯 이젠 대종상영화제도 대중과 함께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서울광장에서 개막행사를 하고 안양과 홍성에서 대종상 행사가 열린 것은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 대종상 관련 여러 행사가 체계성을 가지고 진행된다면 대중과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만들거나 그동안 대종상을 수상했던 배우를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면 추억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TV에 방영된 ‘카페 정윤희’ 프로그램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영화배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사는지 보여주었다.

심사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한 문제다. 몇 년 동안 예심은 영화 관계자가 아닌 일반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투명성 공정성 문제는 많이 해소됐다. 본심도 영화인과 더불어 젊은 영화 관계자를 참여시켜 변화를 꾀해 왔다. 정인엽 대종상 집행위원장(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올해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영화제를 법인화하고 조직위원회 100명, 일반심사 200명을 합쳐 대종상 회원 300명으로 심사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의 참여뿐만 아니라 미국 아카데미상 심사제도같이 많은 전문 영화인이 심사를 공유해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대종상영화제는 역사만 있는 영화제가 아니라 권위가 앞서는 영화제로 거듭날 것이다.

대종상영화제, 변화해야 한다. 젊은 영화인들이 볼 수 없는 영화제란 자조적인 목소리를 넘어 한국 영화를 만들어온 원로 영화인들의 경험과 젊은 영화인들의 창의성이 함께하는, 한국 영화 역사 그 이상의 것,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김호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일반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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