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5>陳賈曰 王無患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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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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齊나라 宣王(선왕)은 燕나라의 국정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연나라를 공격해서 이겼다. 그리고 그 승리를 하늘이 준 기회라고 여겨 연나라를 아예 병합하려고 생각했다. 이때 맹자는 ‘연나라를 완전히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한다면 연나라를 취하고 연나라를 취하여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연나라를 취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연나라의 民心은 제나라를 따르지 않았고, 2년 후 연나라 사람들은 태자 平을 왕, 즉 昭王으로 삼고 제나라에 대항했다. 제나라 왕은 맹자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자 제나라 대부로서 (녕,영)人(영인·아첨꾼)이었던 陳賈(진가)가, 성현으로 일컬어지는 周公도 그 형제들이 반란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거론하여 왕을 안심시키려 들었다.

王無患焉은 ‘왕께서는 그 점에 대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라는 뜻으로, 無는 금지사이다. 自以爲∼는 ‘스스로 ∼하다고 여긴다’는 말이다. 與周公은 왕과 주공을 비교하는 말이고 孰仁且智는 ‘누가 더 어질고 또 지혜로운가?’ 묻는 말이다. 且는 어법적으로 대등한 형용사 둘을 이어주는 연결사이다. 惡(오)는 ‘아아!’라고 감탄하는 말이다. 是何言也는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로, 상대방의 말이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힐난하는 어조를 지닌다.

잘못을 시인하고 나아가 시정하려 하지 않고 잘못을 말로 꾸며대 어름어름 넘어가려는 것을 文過飾非(문과식비)라고 한다. 줄여서 文過 혹은 飾非라고도 한다. ‘周易(주역)’에서는 ‘선한 일을 보거든 자기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자기에게 허물이 있거든 고치도록 힘쓰라(見善則遷 有過則改)’고 했고 孔子는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則勿憚改)’고 했으며 孟子는 ‘만일 옳은 일이 아님을 알았다면 신속하게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如知其非義 則斯速已矣)’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改過(개과)하기보다는 文過飾非하려고 든다. 일반인이 그런다면 그 폐해가 그나마 개인의 문제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國政을 담당하는 이들이 그런다면 예측할 수 없는 後患(후환)을 초래할 것이다. 주의할 일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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