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곽노현 챙기는 교육감협의회… 자성이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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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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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최예나 교육복지부
“곽노현 교육감은 현직이자 민선 교육감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교육 자치의 정신에 비춰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보석을 바랍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지지하는 단체의 발언이 아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5일 ‘곽노현 교육감의 보석을 호소합니다’라는 이름으로 만든 호소문이다. 곽 교육감을 제외한 15명의 시도교육감은 이날 경기 수원시에서 협의회를 개최한 뒤 이를 채택했다.

이 안건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등 진보교육감들이 올렸다. 이들은 협의회에 참석하기 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곽 교육감을 면회했다. 그는 “나는 조금도 파렴치하고 치사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면회를 마친 진보교육감들은 곽 교육감의 보석을 호소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런 호소문이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러 성향의 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였다가 합의하지 못하면 공식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진보교육감끼리만 같은 의견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진보교육감들은 1월 열린 협의회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 직후 처음 참석했을 때, 경기와 강원의 고교평준화 법령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6월 3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6명만 교육혁신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한 것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날은 호소문을 내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진보교육감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민선교육감인 만큼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시도교육감들은 지난해 7월 선거로 당선된 이후 줄곧 교육 자치를 강조해왔다. 이번에도 명분은 교육 자치였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지극히 곽 교육감의 개인적인 일이다. 곽 교육감이 도덕성을 강조해왔기에 후보 매수 혐의를 받는 그에게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민이 뽑았으니 교육 자치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게 해 달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까.

지난해 4월에도 교육감들은 자정 결의문을 발표했다. 당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구속되고 교육계에서 인사비리 및 뇌물수수 사건이 이어지자 “연이은 교육비리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자성의 기회로 삼아 힘차고 올바른 공교육상을 정립하겠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곽 교육감을 감싸기보다는 우선 자성하는 게 협의회의 역할에 맞지 않았을까.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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