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칼로의 삶’이 휘몰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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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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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 ★★★★☆
“불꽃같은 인생, 생동감 넘치게 연출” 호평… “내면의 세계, 80분에 담는건 무리” 비판도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에선 3명의 무용수가 프리다 칼로 역을 맡는다. 사진 속 무용수는 메리첼 아우메데스 몰리네로.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에선 3명의 무용수가 프리다 칼로 역을 맡는다. 사진 속 무용수는 메리첼 아우메데스 몰리네로.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으로 지난달 29, 3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한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마거릿 돈론 안무)은 입장권을 구하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2001년부터 독일 자를란트 주립극장에 상주하며 진취적 작품세계를 펼쳐온 돈론 댄스컴퍼니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그에 앞서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를 다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18세에 대형 교통사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뒤 평생 신체적 고통과 싸우며 그림을 그렸던 칼로의 삶은 수많은 책과 영화와 연극의 소재가 됐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새로 화폐 도안을 하면서 500페소 지폐에 칼로의 얼굴과 그의 그림을 넣었다.

칼로가 태어나고 숨진 공간인 ‘푸른 집’은 공연 내내 무대 한쪽에 미니어처로 등장했다. 칼로 역의 무용수는 칼로의 삶의 여정을 나타내는 이 상징적 공간에 종종 모래를 뿌리며 삶의 시간이 다 되어 감을 표현했다.

작품을 보고 난 관객의 반응은 상반된 평가로 엇갈렸다. ‘특별했다’ ‘무용 작품에 이렇게 빠져들어 본 건 처음이다’ 등의 찬사가 그중 하나다. 칼로의 극적인 삶과 예술을 시간 순서에 따라 풀어낸 이 작품은 학창시절, 교통사고,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 같은 주요 사건을 경쾌하게 처리하며 달려가다가 그의 내면세계를 만나는 부분에선 길고 풍부한 호흡을 펼쳐 보였다.

장면 전환에 흰색의 이동 가림막을 이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각형의 가림막이 무대를 횡으로 가로지르면 마술처럼 무대에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무대 분위기는 경쾌한 군무에서 진지한 2인무, 3인무, 다시 경쾌한 군무로 빠르게 전환됐다. 다음 장면엔 어떤 것이 나올까 기대하게 할 만큼 생동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였다.

중간 중간 멕시코 가수 겸 기타리스트 엑토르 사모라가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부른 ‘요로나’ 같은 멕시코 민속음악은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줄 만큼 절절했다. 무대 바닥에 누워 춘 칼로의 독무와 해골 가면을 쓴 칼로가 상반신을 드러낸 3명의 남성 무용수와 춘 4인무는 칼로의 내면적인 고통을 그대로 객석에 전달했다. 각각 다른 의상을 입은 3명의 칼로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도 내면의 다양한 색깔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일부 관객은 이와 달리 작품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 역시 이해할 만했다. 이같이 말한 사람들은 칼로의 삶과 예술세계에 정통한 이들이다. 때로 불꽃처럼 타올랐고 때로 자신만의 공간으로 침잠했으며, 자신에겐 현실이지만 남들에겐 초현실로 비친 세계 속에서 살았던 칼로의 삶을 1시간 20분의 무용으로만 온전히 담아내기란 벅찰 수밖에 없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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