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직원 인건비도 못주면서 제 월급 올리는 지방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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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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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사회부 기자
강경석 사회부 기자
인천 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27.7%다. 전국 평균인 51.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돈 쓸 곳은 많은데 자체 수입은 없어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에 손을 벌려야 하는 신세라는 의미다. ‘큰집’ 격인 인천시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38.7%로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 위기 단체’로 지정될 위기다.

형편이 이런데도 부평구의회는 최근 내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여비, 월정수당을 합친 것으로 조례로 정한다. 부평구는 지난해에도 인상하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부평구 외에도 인천시의 자치구 구의회 5곳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9%대로 전국 최하위권인 전남 강진군 해남군 완도군의 군의회도 의정비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지방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 10곳 중 3곳이 내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한다고 한다.

자치구 의원들은 올해 공무원 급여가 5.1% 올랐고 물가도 높아져 의정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244개 지방자치단체 의회 가운데 19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정비를 동결했다. 일부 지자체는 몇 년째 의정비를 동결해 인상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 일부 지자체는 재정난이 심각해 직원 인건비를 제대로 주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초 지방의회 의원직은 1995년 지방자치제 재도입 당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하지 않았나. 지역을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면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06년부터 유급제로 전환됐다.

현재 기초의회 의원의 의정비는 평균 3452만 원이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국회의원과 달리 겸직 제한이 없어 상당수는 다른 생계유지 수단을 갖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봉사 개념으로 나선 것이라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은 “자치구 살림살이보다 제 주머니 사정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적자투성이 가계부를 보면서 자기 용돈을 더 쓸까 고민하는 주부는 많지 않다. 씀씀이를 줄이려고 자기 지출부터 줄이는 것이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태도다. 그러나 민간의 상식은 지방의회에서는 잘 통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지방의원들은 자기 월급 올리기에 앞서 지자체 살림살이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직도 지방의회 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의정비는 그 다음에 올려도 늦지 않는다.

강경석 사회부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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