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지적장애인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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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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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피해 학생은 중복장애를 갖고 있다. 청각장애인이면서 지능이 일정 수준 이하인 지적장애인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가해자인 교사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맛있는 것을 주겠다”고 약속해 교실로 유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했다.

지난해 5, 6월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중생을 대전의 남자 고등학생 16명이 빌딩 화장실 등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성폭행한 일이 있었다.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 씨가 트위터에 “이 나라에서 딸 키울 수 있나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처음 성폭행을 했던 B 군은 인터넷 채팅으로 여중생에게 애정을 표시하며 만남을 제의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지적장애인 100명당 3명은 성폭행 및 성폭행 미수를 경험했다. 보통 여성이 100명당 0.51명인 점에 비하면 6배나 높다. 신체장애인보다도 2배 높은 수치다.

지적장애인이 왜 특별히 성폭력에 취약할까. 성인의 작은 친절에 경계심을 갖지 못하는 어린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탕이나 과자를 준다는 말에 자발적으로 쉽게 따라가거나 성적 행동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적장애인은 성욕이 강하다, 성관계를 좋아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법원은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는 편이다. 현행법은 신체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 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하면 처벌을 받도록 하는 ‘항거불능’ 조항이 있다.

이는 지적장애인에게는 독소 조항이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된 광주의 인화학교 사건에서도, 대전 집단성폭행 사건에서도 법정은 신체가 자유로우니까 도망가거나 저항할 수 있으므로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지능이 5, 6세 수준인 지적장애인을 두고 성폭력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고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판사의 무지”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장애인시설 실태조사에 나섰다. 정치권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상임위에 계류 중인 성폭력 처벌 특례법도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성폭력의 책임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있다. 지적장애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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