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49>有仕於此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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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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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제나라 客卿(객경)으로 있을 때 제나라 신하 沈同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연나라를 정벌해도 좋은지 물었다. 연나라 왕 子쾌(자쾌)는 재상 子之를 신임해서 나라를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신하 노릇을 하고 있었다. 맹자는 연나라 왕이 천자의 명령을 받지 않고 사실상 왕위를 남에게 물려주어 나라의 紀綱(기강)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중시해서, 연나라는 정벌당해 마땅하다고 말했다. 맹자는 신하가 자신의 작위를 사사로이 남에게 주어서는 안 되듯이 왕위를 사사롭게 남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 그렇게 말한 것이다.

有仕於此는 ‘여기에 벼슬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로, 가설의 상황을 들어 말한 것이다. 子悅之의 子는 2인칭, 之는 앞에 나온 벼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私與之吾子之祿爵의 與는 授與(수여), 之는 벼슬하는 사람, 吾子는 2인칭, 祿爵은 爵祿(작록·작위와 봉급)과 같다. 夫士也에서 夫는 ‘저’라는 뜻의 3인칭, 也는 주격 어조사의 기능을 한다. 何以異於是는 자쾌가 왕위를 子之에게 사사롭게 주고 子之가 왕위를 사사롭게 받은 것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말이다.

국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을 重器(중기)라 한다. 王位 자체를 중기라고도 했다. 옛 성군들은 별난 보물이 중기가 아니고, 국토와 백성이 곧 중기라고 했다. 정조대왕은 漢나라 光武帝(광무제)의 日復一日(일부일일·하루 또 하루)이란 말을 좋아했다. 광무제가 남방을 巡狩(순수)할 때 南頓縣(남돈현)의 父老들이 ‘10년 동안의 세금을 면제해 주소서’ 하자, 광무제는 “천하의 重器를 늘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하면서 하루 또 하루를 지내는데 어떻게 감히 10년을 기약하겠는가”라고 했다. 정조는 부자나 귀인이 榮名(영명·영광스러운 명예)과 利祿(이록·이익과 봉급)을 영구히 유지하려고 안달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조는 즉위 뒤 한 번의 생각이라도 혹 해이하게 가진 적이 없었고 한 가지의 일이라도 태만하게 한 적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현대의 지도자들도 日復一日의 마음을 지녀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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