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우신]생활체육 활성화돼야 육상스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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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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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국은 육상을 잘 못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한국의 큰 고민이다. 육상인들은 물론이고 대구 시민들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우리나라의 육상 스타가 없는 현실이 슬프다.

자국 스타의 존재 여부는 대회의 흥행과 직결된다. 대구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육상에도 박태환 김연아 같은 스타가 있어야 언론과 국민이 더욱 관심을 가질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이번 대회가 우사인 볼트 초청 콘서트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걱정했다.

한국은 왜 육상을 잘 못할까. 그동안 한국 육상계는 ‘황인종은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며 자위했다. 하지만 중국의 류샹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핑곗거리는 사라졌다. 한국 육상이 아시아경기에서 종종 동남아 선수에게조차 밀리는 모습도 설명하기 난감하다.

육상은 빨리 뛰고 높이 뛰고 멀리 던지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신체 동작을 겨루는 종목이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뛰노는 나라 사람들이 잘할 가능성이 크다. 볼트의 고향 자메이카의 육상연맹은 자메이카가 육상 강국이 된 이유에 대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생이 육상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 2회 이상 체육활동을 즐기는 한국인은 34%로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활체육이 부실한 건 학교 다닐 때부터 체육을 ‘안 해도 되는’ ‘성적을 위해서는 안 해야 좋은’ 과목으로 인식하고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학교, 생활체육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지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의료비 증가율은 8.7%로 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다. 이용식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생활체육 참여율을 50%로 올리면 연 의료비를 3조 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가 생활체육 활성화의 발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생활체육 시설을 늘리는 한편 학교에는 ‘제대로 된 체육 수업을 하라’고 주문했다. 대구시 생활체육회는 내년부터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기초 체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시의 이런 움직임이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세계육상선수권을 빛낼 한국 스타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육상을 잘 못한다. 하지만 한국인이 원래부터 육상을 못하는 건 아니다. 노력하면 안 될 것도 없다. 박태환이 수영에서,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보여줬듯이 육상도 그렇게 될 수 있다.―대구에서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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