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오늘밤 나를 클릭해주오” 된장녀 꿈꾸는 평범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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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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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미/고예나 지음/284쪽·1만1500원·은행나무

결혼 전 더 많은 연애 경험을 위해, 혹은 멋진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남자들을 만나는 20대 여성들의 성(性)과 연애에 관한 얘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낸 소설. 남자들은 “아 이렇구나!”라며 이마를 치게 만들고, 여자들은 “맞아, 맞아!”라면서 손뼉을 치게 만들 것 같다.

친구 사이인 여성 3명이 나누는 대화.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지. 나 양심 있지 않냐?” 친구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마”라고 타박하자 그녀는 지지 않는다. “난 된장녀들 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라고.”

그렇다. 남성들이여, 백화점을 데이트 코스로 잡지 마시길.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신상품을 바라보는 여자친구의 시선을 외면할 수 없다면.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하며 100만 원을 벌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밤에는 월 600만 원 버는 키스방에 나가는 정연희, 낮에는 도서관 사서로 얌전히 일하지만 밤에는 섹스파트너 찾기에 골몰하는 박성아, 부자에 잘생긴 남자를 찾아 인생역전을 꿈꾸는 배유리. 이들은 ‘능력(성적인 것을 포함한) 있는 남자가 최고’라는 여성들의 심리를 솔직하게 까발린다. 하지만 외모도, 능력도 평균치의 언저리를 맴도는 이들에게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대개 눈에 안 차는 평범남을 만나거나 눈에 띄는 남자는 변태 아니면 사기꾼으로 밝혀진다. ‘클릭 미’는 작품 속 인터넷 채팅 사이트 이름이지만 ‘나를 선택해 달라’는 여성들의 바람으로도 들린다.

연희가 만난 키스방 출입 남자들의 사연,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얘기 등 소소한 읽을거리들도 재미있다. 목욕관리사로 “손님 털에 때가 끼어 힘들었다”며 걸쭉한 입담을 뽐내는 연희 엄마는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준다.

그러나 중반까지 별로 언급되지 않던 연희 아빠 얘기가 후반부에 급작스럽게 부각돼 부자연스럽다. 박성아와 배유리의 캐릭터가 너무 유사해 읽다 보면 혼동될 때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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