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미라클오브뮤직 연합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
합주 기량 ★★★☆ 솔리스트 ★★★★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미라클오브뮤직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미라클오브뮤직 제공쏟아지는 박수 속에 한 손에 악기를 든 소년들이 뒷머리를 긁으며 수줍게 무대로 걸어 들어왔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팽팽한 긴장보다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의 악단은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미라클오브뮤직 연합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없이 현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성가 ‘주여 임하소서’였다. 객석에서 한 관객이 “가슴이 뭉클하다”고 속삭였다. 연주회 직전 소년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작은 기도가 끝나자 정명훈 씨와 첼리스트 송영훈, 바이올리니스트 스베를린 루세브 씨가 등장했다. 정 씨는 이날 지휘자가 아니라 피아니스트였다. 지휘봉은 그의 아들 정민 씨가 들었다.
첫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 협주곡. 연주자 세 명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능숙하게 곡을 이끌어갔다.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하다 잦아들자 송 씨의 첼로가 이를 받아 그윽하게 등장하고, 루세브 씨의 부드러운 바이올린과 정명훈 씨의 정교한 피아노가 어우러졌다.
2부에서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솔리스트 세 명의 기량이 눈과 귀를 끌었던 전반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온전히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몫이었다. 야성적이었다가 우아해지고, 기괴했다가 꿈을 꾸는 듯하고 이어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 대곡에서 때로 현악기들이 지나치게 거칠게 달려 나오기도 했지만, 명곡을 감상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연주회 내내 악장 사이사이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타박하는 이는 없었다. 음악에 몰입해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연주하는 아이들이 전하는 진심 어린 선율에 무언가 하나라도 더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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