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수줍은 소년들의 진심어린 선율엔 서툰 연주도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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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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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미라클오브뮤직 연합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
합주 기량 ★★★☆ 솔리스트 ★★★★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미라클오브뮤직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미라클오브뮤직 제공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미라클오브뮤직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미라클오브뮤직 제공
쏟아지는 박수 속에 한 손에 악기를 든 소년들이 뒷머리를 긁으며 수줍게 무대로 걸어 들어왔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팽팽한 긴장보다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의 악단은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와 미라클오브뮤직 연합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없이 현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성가 ‘주여 임하소서’였다. 객석에서 한 관객이 “가슴이 뭉클하다”고 속삭였다. 연주회 직전 소년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작은 기도가 끝나자 정명훈 씨와 첼리스트 송영훈, 바이올리니스트 스베를린 루세브 씨가 등장했다. 정 씨는 이날 지휘자가 아니라 피아니스트였다. 지휘봉은 그의 아들 정민 씨가 들었다.

첫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 협주곡. 연주자 세 명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능숙하게 곡을 이끌어갔다.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하다 잦아들자 송 씨의 첼로가 이를 받아 그윽하게 등장하고, 루세브 씨의 부드러운 바이올린과 정명훈 씨의 정교한 피아노가 어우러졌다.

2부에서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솔리스트 세 명의 기량이 눈과 귀를 끌었던 전반부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온전히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몫이었다. 야성적이었다가 우아해지고, 기괴했다가 꿈을 꾸는 듯하고 이어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 대곡에서 때로 현악기들이 지나치게 거칠게 달려 나오기도 했지만, 명곡을 감상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연주회 내내 악장 사이사이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타박하는 이는 없었다. 음악에 몰입해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연주하는 아이들이 전하는 진심 어린 선율에 무언가 하나라도 더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았을 것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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