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형준]“두부값도 카드로 결제하라니…” 외면받는 전통시장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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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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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경제부 기자
황형준 경제부 기자
“두부 1모가 1500원인데 누가 카드로 결제하겠습니까.” 서울 양천구 목3동 시장의 한 두부가게 주인은 먼지 덮인 신용카드 단말기를 가리키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재기자가 “정부가 전통시장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율을 높여준다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보인 반응이었다.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가게마다 일일이 물건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매번 카드를 내고 소액 결제를 요구하기가 성가시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둘러보니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일부 상인들은 “정 돕겠다면 카드 수수료율부터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력이 낮고 결제 규모가 작은 전통시장 수수료율은 가게에 따라 1.6∼3% 안팎으로 1.5∼1.7% 수준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높다. 60대 구멍가게 주인은 “담배 한 갑 팔면 마진이 50원인데 카드수수료 2%에 부가가치세 10%를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 카드회사 배만 불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보다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8월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정책 수혜자인 상인들의 반응은 이처럼 시큰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통시장 방문 유인이 약하다. 현재 연봉 4000만 원인 직장인이 2000만 원을 신용카드로 쓴다면 연봉의 25%를 넘는 금액인 1000만 원의 20%, 즉 200만 원이 소득공제된다. 만약 25%로 소득공제율이 상향 조정되면 50만 원이 추가 공제돼 겨우 8만2500원을 더 돌려받을 뿐이다. 이마저도 전통시장에서만 신용카드를 쓸 경우에 한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도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2009년 하반기부터 유통되는 온누리상품권은 6월 현재 1400억 원 규모로 1500여 개 전체 전통시장의 지난해 매출액 24조 원에 비하면 0.7% 수준에 불과하다. 상인들 역시 환전하기 번거롭다는 점에서 상품권 결제를 꺼리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부의 노력 자체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정책들을 현장에서 점검해 보면 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나 보고 정책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서민들은 공무원의 책상이 아니라 발과 가슴에서 나오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

황형준 경제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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