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상현]평창, 누구를 위한 공동개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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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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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오랜 기다림 끝에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며 성공적 개최와 국부 창출 극대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이때 일부에서 남북 공동 개최를 정치 이슈화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공동 개최를 주장하는 이들은 공동 개최를 통해 남북 화해무드를 조성하여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자고 한다. 이것이 올림픽의 정신에 부응하고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도 주장한다. 일견 맞는 논리인 것 같지만 이것은 남북 스포츠 교류의 경험과 올림픽 규정을 무시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주장이다.

정치권서 남남갈등 부추겨

스포츠 교류가 남북 교류협력의 첨병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때도 있었다. 인적 교류와 직결되어 있고 비정치적이며 몸과 몸이 부딪치는 스포츠를 통해 남북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남북 간의 스포츠 교류가 평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튼튼한 안보자세로 남북 간 평화 모드를 조성할 때 남북 스포츠 교류가 뒤이어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남북 관계가 평화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을 기다려온 10여 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쳐온 것은 북한이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1986년 아시아경기 직전 김포공항 폭탄테러,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7년 대한항공 폭파테러,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제2연평해전 등은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평창이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2003년과 2007년 유치 경쟁 때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대외적으로는 평창을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평창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말이 항간에 떠도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공동 개최를 명분으로 단일팀 구성, 경기종목 절반 할당, TV 중계료 배분 등 무리한 주장을 고집함으로써 서울 올림픽을 마지막까지 방해하려 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한편 공동 개최는 올림픽 규정에도 맞지 않다. 올림픽은 월드컵과는 달리 국가가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즉 평창이 개최하는 것이다. 국가 간 분산 개최는 올림픽 규정에도 없고 역사에도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고 나아가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런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각국 선수 규모는 제한되어 있다. 공동 개최나 단일팀이 성사되면 기량이 월등한 우리 선수들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수년간 비인기 종목의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피와 땀으로 준비한 우리 선수들의 꿈을 얄팍한 정치적 술수로 갉아먹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안보 보장돼야 스포츠 교류 가능


평화는 구걸해서는 얻을 수 없다. 평창 올림픽 공동 개최라는 선물을 북한에 안겨준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평화는 오로지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할 때만이 지켜낼 수 있다.

겨울올림픽 공동 개최 주장은 우리 국론을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정치적 수사이며,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유일한 집단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우리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북한뿐이다. 올림픽 정신을 살리는 길은 공동 개최나 단일팀 구성이 아니라 북한 선수들이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참여토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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