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日, 대한항공 보이콧?… 경제대국 품위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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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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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도쿄 특파원
윤종구 도쿄 특파원
일본 외무성이 외교관을 비롯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독도 상공을 시범 비행했다는 게 이유다.

국가기관이 외국 민간기업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이용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외무성은 외교를 담당하는 부처이고, 외상의 지시를 받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 북동아시아 과장은 한일관계의 실무 책임자다. 독도 문제에 민감한 일본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고 있는지가 엿보인다.

대한항공의 독도 비행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인 A380을 한일 노선에 투입하기에 앞서 개최한 민간기업의 일회성 이벤트였다. 외국의 개별기업 행사를 문제 삼아 정부부처가 직접 보복조치에 나선다면, 세계 모든 나라 정부와 민간기업 간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한 일본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간기업에까지 보복조치를 취한 것은 경제대국답지 않은 옹졸한 행동이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때 중국으로부터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과도한’ 보복을 받은 끝에 사실상 백기를 든 아픈 기억이 있다. 일본에선 중국의 대응이 합리성과 등가성을 잃었다는 비판과 함께 “중국이 겉으로는 이겼을지 몰라도 전 세계의 경계심을 촉발해 훨씬 많은 것을 잃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이 이를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사실 일본이 남의 허물에는 엄격하면서 자신의 이익에는 과도하게 집착해온 게 이번만은 아니다. 일본은 1986년 8000km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터지자 국회결의안까지 채택하면서 옛 소련의 ‘정보 폐쇄성’을 비난했고 ‘방사능비’와 ‘방사능 농산물’을 경계했다. 그런 일본이 올해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자 각종 위험정보를 숨기고 1000km 떨어진 한국이 ‘방사능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못마땅해했다. 외교 의전을 무시한 채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후쿠시마 원전 가까운 지역에 한국과 중국 정상을 초대해 예정에 없던 ‘야채 시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자국 국민도 외면하는 피해지역 농산물에 대해 “안전하니 수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것도 좋지만 좁은 시야에 갇혀 경제대국의 품위까지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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