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승헌]외국산 캐릭터 밀어낸 ‘뽀통령’, 제2 뽀로로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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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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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헌 산업부 기자
박승헌 산업부 기자
“‘포켓몬스터’나 ‘토마스’ 등 외국 캐릭터들이 주름잡던 시장에서 국산 토종 캐릭터가 선두주자로 나서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김성호 이마트 완구 담당 바이어의 말이다. ‘뽀로로’ 열풍은 문화적 현상을 넘어 이제 유통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3년 EBS에서 처음 방송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뽀통령’(뽀로로와 대통령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면서 생긴 일이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뽀로로 관련 상품은 2008년부터 포켓몬스터나 헬로키티 등 외국 캐릭터를 제치고 캐릭터 완구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줄곧 1위를 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관련 상품만도 1500여 개에 달한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뽀로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롯데마트는 3일 동안 뽀로로 관련 상품으로만 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은 어린이날 선물용으로 유아용 학습보조기인 ‘뽀로로 유치원’을 가장 많이 팔았다. 여기에 안경 제조·유통업체인 룩옵티컬은 4일 선글라스와 안경에 뽀로로 캐릭터를 넣은 ‘뽀로로 아이웨어’가 그동안 아동용 캐릭터 안경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일본의 ‘헬로키티’를 추월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03년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미키마우스’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58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한다. 어지간한 기업의 한 해 매출보다 많다. 국내 완성차 업체 3위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 10년 만인 지난해 5조167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니 미키마우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포켓몬스터도 2005년 미국에서만 약 1조378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적이나 피부색 등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편견 없이 받아들여져 해외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적다. 1990년대까지 선진국 작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드는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은 2000년대 들어 뽀로로를 비롯해 ‘뿌까’ 등 토종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뽀로로의 뒤를 이을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저변이 확대될 때 가능하다. 저변 확대는 관심에서 나온다. 뽀로로에 대한 관심이 이제 날개를 펴고 있는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까지 이어진다면 세계적인 캐릭터를 앞세운 또 다른 한류(韓流)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박승헌 산업부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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