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홍승우]무르익은 중이온가속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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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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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에너지과학과 교수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에너지과학과 교수
작년 12월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특별법이 통과되고 5개월 만인 16일 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입지가 결정됐다. 과학벨트의 핵심은 기초과학연구원이고, 기초과학연구원의 핵심 시설은 중이온가속기다. 현 정부는 2008년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중이온가속기의 타당성을 검토했고, 2009년 1월 과학벨트 종합계획의 일부로 중이온가속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에는 약 200명의 국내외 과학자가 중이온가속기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를 했다. 가속기란 한마디로 슈퍼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맨눈만으로는 볼 수 없는 물질의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설이다. 중이온이란 다양한 원자의 이온 상태를 의미하고, 중이온가속기는 다양한 원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는 시설이다. 중이온가속기로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어내고, 희귀한 동위원소를 가속해 새로운 연구를 하는 시설이다.

외국도 최근 서로 다른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거나 건설을 계획 중이다. 따라서 해외에서 건설 또는 계획 중인 중이온가속기와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중이온가속기가 제안됐고, 이는 해외 전문가 집단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기초 및 응용 연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맞는 시설을 건설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하면 원자나 핵 또는 입자를 관찰할 수 있고, 빅뱅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 원소들이 만들어졌는지, 하늘의 별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소멸하는지 등의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원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그 원소에 대한민국의 이름(코리아늄)을 붙일 수도 있다. 또 희귀 동위원소를 이용한 신물질 개발, 방사성 폐기물 처리 연구, 암 치료 및 바이오 물질 연구 등도 가능하다.

가속기 건설은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 초전도 가속관 제작을 위한 초정밀 가공 기술에서부터 각 부분의 가속장치 제작은 우리나라 중공업회사들의 몫이고, 결국 국내 산업체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부대시설로 들어가는 저온, 진공, 전자장치, 컴퓨터 제어장치 등의 기술은 첨단기술을 집대성한 종합과학기술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초과학 및 응용과학 연구를 위한 시설이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계획 중인 중이온가속기 같은 대형 가속기 건설은 어느 나라든 국제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국제’가 의미하듯 중이온가속기 구축은 처음부터 국제적인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설계 과정에도 약 30명의 국제자문위원회와 기술자문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국제자문위원들은 해외 가속기 소장급 또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과학적 목표와 기술적 타당성 등 모든 면을 검토하고 자문에 응했다. 제작 및 건설 후 사용에서도 국제 공동연구나 협력연구가 중요하다. 국적과 인종, 이념을 초월해 과학적 목표를 공유하는 다문화적 공동체가 형성되고,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최고의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쌓는 창의적 환경 조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 약 10년 후 과학벨트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에서 외국인 과학자들과 우리 젊은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하고 연구하는 모습은 과학벨트 성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중이온가속기가 하루속히 구축돼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많이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는 이런 창의적 환경이 가꾸어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에너지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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