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전문가 기고/이호리 도시히로]<7·끝>대지진 이후 日의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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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만들기 위한 4題

이호리 도시히로
이호리 도시히로
동일본 대지진 한 달이 지났어도 피해의 전모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복구와 부흥을 향한 노력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고속도로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주변의 통행규제 구역을 제외하고 모두 복구됐고, 도호쿠(東北) 신칸센도 4월 하순경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재출발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재정악화 속에서 천문학적인 복구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임시 증세, 공채 발행, 예산 편성의 재조정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상시 재원 마련은 공채 발행이 적절하다. 다만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래 거시경제가 장기적으로 정체해 있는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오인하고 공채 발행을 남발해 재정적자를 누적시켜 왔다. 추가 공채 발행 여력이 없는 이상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항구적 증세를 실시해 일시적인 공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새로운 도시계획의 수립과 함께 산업구조의 창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부 지역이 지진 피해로 모든 것을 상실했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재해에 강한 새로운 마을, 새로운 도시, 새로운 산업을 혁신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일본과 독일이 전후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패전 이후 제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환경친화적인 이른바 ‘클린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로 원전 안전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태양, 풍력과 같은 클린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경제성장에 족쇄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 관련 기술 혁신을 자극하고 환경과 양립 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클린에너지 기술 혁신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있다. 재해로 인한 물자 부족이나 개발 수요로 일본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면 이웃 국가에 플러스가 된다. 이는 일본의 거시경제 침체를 국제적으로 완화시킨다. 또 많은 나라의 지원도 일본 부흥에 유익하다. 세계가 하나로 뭉치면 사소한 대립은 없어지고 글로벌화의 장점을 향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 마치 일본 전체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것처럼 과잉 반응하는 것은 일본과 이웃 나라 간 인적 물적 교류를 둔화시켜 서로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이호리 도시히로  
■ 이호리 도시히로

―도쿄대 경제학연구과 교수
―오사카대 경제학부 조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일본 재무성 재정제도심의회 위원
―저서 ‘일본의 재정적자구조-중장기적 실증·규범분석’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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