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호수서 발견한 인어소년 사람들 틈에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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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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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208쪽·1만 원·자음과모음

호수 주변에 사는 할아버지와 외손자는 어느 날 밤 “풍덩” 하는 큰 소리를 듣고 찾아간 호숫가에서 한 사내아이를 구한다. 집에 데려와 그 아이를 살피던 중 귀 뒤에 칼로 베인 듯한 깊은 상처가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뚝뚝 듣는 물기를 뒤집어쓴 상처가 다시금 꽃잎이 열리듯, 콩 껍질이 갈라지듯 벌어졌다. 석류 열매처럼 드러난 속살이 두근거리는 모습은 명백히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그렇다. 아가미였다.

2008년 장편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두 번째 장편. 전작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의 빵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아가미를 달고 있는 인어 소년 얘기로 ‘청소년소설’의 틀을 벗어났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힘이 탁월하다.

소설은 외롭고 버려진 사람들의 일상을 호수에 낀 연무처럼 습습하게 그려낸다. 인어 소년인 곤은 민박을 겸한 허름한 슈퍼마켓을 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외손자 강하의 손에서 자란다. 강하 또한 배우를 꿈꾸던 어머니 이녕에게 버림받아 맡겨진 상태. 강하는 곤에게 호수 아래 침전된 동전이나 귀중품을 주워오게 하는 등 줄곧 구박한다. 세월이 흘러 곤과 강하는 청년이 되고, 어느 날 약물에 찌든 이녕이 낡은 슈퍼마켓에 돌아오며 불안한 네 식구의 동거가 시작된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마치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치듯이, 쉼표로 끊어가며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은 리드미컬하다. 밤늦게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 목격자들에 의해 ‘미지의 생물 출현’ 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흡인력을 끌어올린다.

“사회적 소수자나 비주류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우리 옆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지 모르는 타자(他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인어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말이다.

하필 황당한 인어 얘기일까. “글쎄요. 세상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지 않을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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