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대포폰 증거인멸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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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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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포폰’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만들어줬다는 것은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지휘했음을 뜻한다”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나온 ‘대포폰’을 청와대에 돌려줬다는 것은 청와대 관련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쉬쉬하면서 덮어준 것”이라며 “(청와대가) 대포폰을 만들어 줄 정도면 사찰을 직접 지휘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영호 당시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혼자서 이런 큰일들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상의 윗선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것을 먼저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더 나아가 “대통령이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이, 대통령실에서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친절한 금자씨’처럼 확보된 대포폰을 청와대에 돌려줬다고 한다”며 국정조사 또는 특별검사제를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9명 중 8명이 대포폰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압수한 전화기 자체가 없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어디에서 증거를 인멸했는지 (컴퓨터 업체와의) 통화명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포폰의) 번호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대포폰을 청와대에 돌려줬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또 신 차장은 “문제의 전화기는 (이석현 의원이 주장한) 5대가 아니라 1대이며, KT 대리점 주인의 가족 명의를 빌린 차명 전화”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포폰은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남의 명의를 도용해 개설한 전화를 뜻하므로 문제의 전화는 ‘차명폰’이라고 지칭하는 게 맞다. 사실 어느 정부나 정보나 보안 업무를 맡는 사람들은 업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지인(知人)의 이름’으로 등록한 차명폰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항변도 나온다. 하지만 대포폰이든 차명폰이든 청와대 행정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전화기를 줬으며 그 전화기가 증거 은폐라는 범죄행위에 이용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이 크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만약 대포폰 사용이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그것은 극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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