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예능에서 엿보이는 세대격차…40대 예능이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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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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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를 잡아야 롱런 할 수 있다?!
● 뜨형, 우결, 무한도전, 청춘불패 vs 1박2일, 세바퀴, 강심장, 스타킹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 토요일 예능 강자로 부상하며 주말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제공|MBC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 토요일 예능 강자로 부상하며 주말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제공|MBC

MBC '세바퀴'는 2009년 4월 방송 초기부터 신선한 포맷과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출연진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말 시청률 1위에 오른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미선-이휘재-김구라, 세 MC들의 구수한 입담과 이경실, 선우용녀, 김지선 등 고정게스트들이 선보인 솔직담백한 '아줌마 수다'로 심야 방송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주말예능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 왔다. 특히 매주 다양한 멤버들이 출연해 선보이는 솔직하면서도 편안한 대화가 매력이라는 칭찬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바퀴'에 대한 호평은 줄어들고 신인 연예인을 홍보하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세상을 바꾸는 퀴즈'라는 기획 의도는 오간 데 없고 걸그룹 댄스경연이나 시시콜콜한 연예가 방담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장년 고정게스트들이 신인들에게 "너 한번 소개해봐라"라고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역학관계도 구설수에 올랐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방송 포맷이 바뀜에 따라 주요 시청층도 젊은이들에서 4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에 따르면 '세바퀴'의 시청자들 가운데 40대 이상 시청자의 비중은 54%에 이른다. 방송 초기에는 시청자층의 커다란 쏠림이 없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확연하게 중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모든 신생 예능의 고민으로 '세대 마케팅'이 떠올랐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새 코너 '오늘을 즐겨라'의 공동진행을 맡은 공형진 신현준 정준호(스포츠동아 국경원)
모든 신생 예능의 고민으로 '세대 마케팅'이 떠올랐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새 코너 '오늘을 즐겨라'의 공동진행을 맡은 공형진 신현준 정준호(스포츠동아 국경원)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MBC '세바퀴'

요즘 예능 프로그램 PD들은 어느 세대를 타깃 시청층으로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예능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면서 경쟁사의 시청자를 빼앗아 오기가 갈수록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 황금시간대에 편성돼 전 세대를 아울렀던 예능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작가는 "10대와 20대는 입소문을 통해 화제를 만들어내지만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은 40대 이상 어른들이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실제 방영 초기 시청률의 일등공신은 10대와 20대 등의 젊은 층이다.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속칭 '뜨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의 전출입이 쉬운 소비자층이다. 10대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는 것만으로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 기사'가 양산되면서 방송프로그램의 위상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단비'와 '헌터스' 같은 공익 예능의 실패다. 1년 전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코너들이다. 단비와 헌터스 모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원대한 기획으로 출발했지만 애국가 시청률(5%)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퇴장했다.

그 이유는 젊은층의 관심을 끌만한 '재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착하고 공익적' 재미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초기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10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일밤'은 최근 '뜨거운 형제들(뜨형)' 같은 10대용 예능 프로그램을 새롭게 내놓았고, 22일 방송된 '뜨형'의 시청률은 10%를 넘어서면서 '일밤' 코너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TNms 조사 결과). '뜨형'에 나오는 '아바타 미팅'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방 열풍이 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뜨형'의 오윤환 PD는 "예능의 목적은 재미"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젊은층에 매몰되면 이른바 '마니아 방송'으로 치부되기 싶다. 이른바 탄탄한 시청률을 만들어 내는 세대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KBS에서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청춘불패'도 이 같은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농촌을 배경으로 소녀그룹 멤버들을 대거 투입하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20대들의 호응'에 그쳐 10%이하의 시청률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

MBC '라디오스타' 중장년층에게는 비속어가 남발되는 불편한 방송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유익한 방송이다.
MBC '라디오스타' 중장년층에게는 비속어가 남발되는 불편한 방송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유익한 방송이다.

▶방송 포맷에도 세대 차이가, 단순 명쾌한 것 추구하는 중년층

이처럼 최근 예능의 트렌드란 선호 프로그램에서 발견되는 세대차이다. 젊은 사람들은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뜨형'(이상 MBC)이나 '청춘불패'(KBS)를 좋아하고, 중장년층은 '1박2일' '남자의 자격'(이상 KBS), '스타킹' '강심장' (이상 SBS)을 즐겨 본다.

제작진 역시도 방송의 주요 소비 세대를 알고 방송 포맷을 만들기 때문에 세대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MBC '라디오 스타'는 중장년층이 보기에는 '산만하고' '비속어가 남발'하는 기피해야할 예능이지만, 젊은층에게는 '다양하고' '유행어가 창조'되는 속시원한 방송이 되는 식이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같은 스타와 동일시 전략 혹은 '뜨거운 형제'같은 복잡한 게임이론을 적용한 예능이 10대용이라면,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이나 '세바퀴'의 '너 한번 재밌게 소개해봐' 식의 이해하기 쉬운 방송 포맷은 40대 이상을 겨냥한 예능이다"며 "세대에 따른 TV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전략으로 '확산 전략'이 거론된다. 처음에는 10대들이 좋아하는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시청층을 20, 30대 이상으로 넓혀 나가는 전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40대가 양 진영의 중간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386세대인 이들은 자녀들 교육을 위해 '건전한' 프로그램을 원하면서도 스스로는 젊은층의 문화를 학습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이중적인 세대라는 것이다. 특히 이 세대는 '토크쇼'를 선호해 이 과정에서 신인 탤런트나 가수들의 이름과 작품을 학습한다는 것.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MBC의 '세바퀴'와 SBS의 '강심장'이라는 분석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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