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빈민촌 돕기’ 작지만 소중한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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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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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양어린이집 ‘다문화 체험’서 실태 알아
85명 아이들 한달간 동전모아 학용품 등 보내

25일 전남 순천시 덕월동 선양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필리핀 빈민촌 쓰레기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크레파스와 연필 등 20만 원 상당의 학용품과 현금 30만 원을 현지 한국 선교단체에 보냈다. 사진 제공 순천시
25일 전남 순천시 덕월동 선양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필리핀 빈민촌 쓰레기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크레파스와 연필 등 20만 원 상당의 학용품과 현금 30만 원을 현지 한국 선교단체에 보냈다. 사진 제공 순천시
25일 오전 10시경 전남 순천시 덕월동 선양어린이집 3층. 100m²(약 30평) 넓이 강당에 6, 7세 어린이 43명이 모였다. 정병우 군(7) 등은 마르셀 박 씨(39) 등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4명이 1시간 동안 펼친 필리핀 전통 대나무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필리핀 짝짓기 민속게임인 오픈 바스켓(열린 바구니)을 하며 각자 부족 의상도 봤다. 이는 국제문화교류회 소속 이주여성들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친구야 놀자’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장 군 등은 ‘친구야 놀자’가 끝난 뒤 필리핀 빈민촌 쓰레기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크레파스와 연필 등 20만 원 상당의 학용품과 현금 30만 원을 현지 한국 선교단체에 보냈다. 또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한복과 김치, 거북선 그림이 실려 있는 12쪽 분량의 책 20부를 제작해 함께 담았다. 장 군 등은 지난달 필리핀 체험에 앞서 인터넷으로 필리핀을 검색하다 충격을 받았다. 이경숙 선양어린이집 원장(45)은 “애들이 필리핀 빈민촌 아이들을 보고 ‘도와주면 좋겠다, 먹을 것을 보내주자’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4, 5세 어린이 42명은 작은 선물을 보내기 위해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다. 교사들은 또 학부모들에게 선물 보내기 행사에 학용품을 보태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어린이들은 한 달간 동전과 학용품을 모아 작지만 소중한 기부를 이날 실천했다.

선양어린이집은 원생 한 명이 다문화가정 자녀인 데다 순천시에 다문화가정이 530가구가 넘는 점을 고려해 올 3월부터 다문화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수소문 끝에 국제문화교류회 소속 이주여성들의 활동상을 듣게 돼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올 6월부터 매달 한 번씩 중국, 일본, 태국 문화체험이 이뤄졌고 앞으로는 몽골,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 3개 국가 문화체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문화체험을 진행하면서 해프닝도 생겼다. 한 어린이가 월드컵 한일전이 치러질 당시 부모들이 “반드시 일본은 이겨야 한다”고 하자 교사들에게 “일본은 가까운 나라라고 했는데 왜 싫어해요”라고 질문해 난처했다는 것.

국제문화교류회 소속 중국, 일본, 베트남 등 7개 국가 이주여성 20여 명이 지난해부터 순천지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다문화체험 행사나 공연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이주여성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린이들이 강대국인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잘 알고 있지만 베트남, 필리핀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체험 행사가 인기를 끌면서 인근 여수나 광양 어린이집에서도 공연을 요청하고 있다. 세 딸을 둔 일본 출신 주부 하마노 미호코 씨(45)는 “이주여성들은 단지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어린이들에게 일부 어른의 그릇된 가치관이 아닌 올바른 다문화 가치관을 심어준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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