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아슬아슬 ‘막대기 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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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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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
연출 ★★★☆ 연기 ★★★☆ 기예 ★★★★☆

남사당놀이의 한 종목인 버나놀이를 중심으로 한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에서 주인공 붉은점(선영욱)이 지름 2m의 대형 버나를 돌리고 있다. 사진 제공 더 광대
남사당놀이의 한 종목인 버나놀이를 중심으로 한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에서 주인공 붉은점(선영욱)이 지름 2m의 대형 버나를 돌리고 있다. 사진 제공 더 광대
막대기 끝에 올려져 돌아가는 대접 모양의 버나가 아슬아슬하다. 버나가 올려진 막대기의 좁은 밑동을 배우가 다른 막대기로 들어 올리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커스 같은 공연은 1시간 반 내내 이어졌고, 공연장은 유쾌했다.

22∼25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는 기예 종합 세트를 보는 듯한 공연이었다. 잊혀져 가는 전통놀이인 버나놀이를 주축으로 저글링, 수피댄스(제자리에서 도는 이집트 전통춤), 상모돌리기 등 ‘뱅뱅 도는’ 것들이 한데 집합했다. 걷어 올린 한복 바지 밑단(의상 조성미)이 경쾌한 느낌을 주었고, 거미줄로 만든 대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공간(무대 김려원)도 신화적인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이 작품은 5월 의정부 음악극축제에 초청됐고 이달 말엔 밀양여름공연축제에서 공연된다.

‘버나놀이를 좋아해서 극을 기획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공연의 중심은 남사당놀이의 여섯 종목 가운데 하나인 버나놀이다. 첫 장면부터 돌기 시작한 버나는 막이 내릴 때까지 돌고 돈다. 배우들이 버나를 공중으로 던져서 주고받거나(던질사위), 다리 사이로 버나를 넣거나(다리사위), 등 뒤로 버나를 돌리는(단발령넘는사위) 등 각종 버나놀이의 기술을 극에 녹였다. 큰 막대기로 지름 2m의 대형 버나를 돌리는 장면도 일품이다. 버나를 어린아이로 표현하거나 상모의 길이를 오줌발의 세기로 표현한 것도 재치 있었다.

여든 살 넘은 점쟁이 할머니가 뒤늦게 낳은 아들 ‘붉은 점’이 숲 속에서 짐승처럼 홀로 자라다가 세 아버지를 찾아가 인간성도 사랑도 찾는다는 줄거리 구조는 흥미롭다. 반면 그 얘기를 풀어가는 세부 과정이 다소 거칠었다. ‘속 타 죽고, 골치 아파 죽고, 기운 빠져 죽은’ 세 아버지의 사고사(事故死) 에피소드는 억지스러웠고, 밋밋한 결말 탓에 커튼콜이 시작된 뒤에야 뒤늦게 박수를 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1만∼2만 원. 7월 31일, 8월 1일 오후 8시 밀양여름공연축제 숲의극장. 055-355-1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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