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환상… 일탈…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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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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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이영주 지음/124쪽·8000원·민음사

“내 몸에서 가장 긴 부위는 팔/가장 아름답게 악행을 퍼뜨리는 것/두 팔을 천천히 휘저으며 나는 수족관으로 간다.” (‘전기 해파리’)

2000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인 이영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달, 웅덩이, 구멍, 주머니, 미로, 자궁, 피 등 음울하면서도 축축한 이미지들이 빚어내는 환상성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시에서 일상은 순간순간 환상과 일탈, 기괴함과 섬뜩함으로 변주된다. 긴장감과 팽팽한 불안. 문장 문장마다 다음을 방심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저무는 사람들. 생일은 미리 말해주자. 젖은 바람 부는 계절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 머리를 빡빡 민 사람이 오랫동안 편지를 쓴다. 몸을 보니 여자였구나. 상점 주인은 창 밖의 간판을 세다가 저무는 사람. 단 한 명의 노파도 없는 비 오는 골목으로 음악을 흘려보낸다.” (‘저무는 사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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