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몸+몸… 몸+공간…‘무용의 본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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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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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다원예술축제 ‘덧셈에 대한 역원’ ‘P.A.D.’

덧셈에 대한 역원 안무 ★★★★ 연출 ★★★★
P.A.D. 안무 ★★★★ 연출 ★★★☆

‘덧셈에 대한 역원’은 무용수가 실과 함께 춤추며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덧셈에 대한 역원’은 무용수가 실과 함께 춤추며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관객들은 “천천히 움직여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전시실 안, 나무로 만든 넓고 납작한 우물에 안개가 담겨 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안개가 밖으로 새나간다. 관객들이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는 사이, 그 속에 섞여 있던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선다.

27일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개막작으로 공연된 ‘덧셈에 대한 역원’은 현대무용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작품이다. 설치미술, 무용, 음악이 서로 조화를 이뤄 한 가지 주제를 향한다.

남자는 아무도 주목하고 있지 않던 벽면 앞에 선다. 벽에는 조명이 있어야만 보일 정도로 가는 실이 기하학적 도형을 그리고 있다. 무용수는 벽에서 길게 늘어진 실을 중심으로 실을 피하거나 몸에 감은 뒤 거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반복한다.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용수보다 보일 듯 말 듯한 실을 쫓는다. 실을 사용해 움직임 그 자체보다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관객이 인간의 움직임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했다. 사람들이 움직이면 안개가 우물에서 새나가는 것처럼, 사람의 몸과 공간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가 역원인 ―를 만나면 0이 되듯 인간과 공간이 상호 영향 혹은 긴장 속에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덧셈에 대한 역원’이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한다면, 이어 공연된 ‘P.A.D.’는 신체와 신체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포사이드 컴퍼니 출신 무용수 파브리스 마즐리아와 이오아니스 만다푸니스가 안무하고 직접 출연했다.

무대는 나무판자로 만든 정사각형 벽 안이다. 관객은 격투기 링을 연상시키는 무대 바깥에 둘러앉아 이들을 내려다본다. 무용수들은 자신의 몸을 도구처럼 사용하며 서로를 밀고 잡아당긴다. 이 움직임 속에서 관객은 무용수들이 엄청난 힘을 주고받는 것을 본다. 몸과 몸 사이의 영향과 관계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움직인다. 이 움직임은 자신이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두 작품은 관객이 이 사실을 깨닫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움직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무용이 단순히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 그 자체를 탐구하는 장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들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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