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들 잃고 몽골로 떠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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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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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정도상 지음/248쪽·1만 원·문학동네

“짧은 유서를 남겨놓고 아들 규가 자살했다. 생의 파도가 내 옆구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소설가 ‘나’의 아들 규는 15년 6개월을 살고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 뒤 아들의 죽음을 이기지 못한 주인공은 몽골로 여행을 떠난다. 수천 년 전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앞에 아들 규의 환상이 마법처럼 나타난다. 주인공은 아들의 차가운 손을 잡고 길을 떠난다.

이들의 여행에 수천 년 전 암각화를 그렸던 흉노족 화가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역시 독사에게 아들을 잃은 예술가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가운데 압도적인 사막의 풍경과 그 위를 걸어가는 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설의 말미, 아들의 죽음을 직시하게 된 주인공은 다시 삶을 이야기한다. “생의 고비가 산맥처럼 높고 깊고 길겠지만, 낙타의 걸음걸이로 머무르지 않고 가야만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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