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유재석을 위한 위기 탈출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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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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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소비되고 고갈된 '착한 이미지', 한계이자 위기
● 프로그램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만능' 이미지 심어야
● '공기업 매니저'형 리더십으론 '톱' 유지 힘들어
● 정상에 선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방송을 떠나는 일'

"방송이 너무 안 되고 하는 일마다 자꾸 어긋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한번만 개그맨으로 기회를 주시면 나중에 소원이 이뤄졌을 때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 자리를 넘겨줘야한다는 생각에 매주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깜짝 팬미팅에서 유재석은 모처럼 진솔한 속내를 털어놨다. 눈가는 촉촉했고 목소리는 떨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마저 숙연해졌다. 어렵게 정상에 올랐고, 또 정상에 서 있는 이 순간 벌써 내려갈 미래를 그린다는 고백이 TV 밖 '인간 유재석'의 고뇌를 짐작케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은 순간 휴먼 다큐멘터리가 됐다.

MBC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해줬다.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 중 유일하게 일반인과 활발히 접촉하는 '열린 포맷'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MBC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해줬다.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 중 유일하게 일반인과 활발히 접촉하는 '열린 포맷'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 라이벌 강호동과의 '힘'의 불균형?

2월 종영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 1부, '패밀리가 떴다(패떴)'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때 30%를 넘봤던 시청률은 10%대로 떨어졌다. '포맷이 식상하다' '설정과 조작이 많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최근 수년간 MC계의 1인자 자리를 지켜온 유재석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련. '패떴'을 떠나면서 그는 "나머지 3개 프로그램(MBC '무한도전', '놀러와',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에 집중하며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패떴'의 종영으로 강호동과의 '양강 체제'에서 유재석이 슬며시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스타는 공중파 방송에서 각각 4개씩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산술적 경쟁 구도를 그려왔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성공 잣대, 시청률 측면에서도 강호동은 유재석 보다 나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강호동의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의 시청률은 30%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 '스타킹, '강심장'은 각각 10%대 후반이다.

반면 유재석은 종영을 맞게 된 '패떴'은 물론 '놀러와'에서도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면치 못했다.

방송가에서는 올 4월경 유재석이 SBS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유재석의 '재충전'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과의 '힘의 불균형'도 신규 프로그램 성공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 프로그램 하나에서 하차했다고, 시청률이 좀 안나온다고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기에는 유재석의 저력과 명성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방송 전문가들은 '톱'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재석이 장수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단짝 김원희와의 '찰떡 궁합'에도 기대만큼 시청률이 높지 않은 MBC '놀러와'. '해피투게더'와 비슷한 스튜디오 토크 형식이라 유재석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재주를 발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단짝 김원희와의 '찰떡 궁합'에도 기대만큼 시청률이 높지 않은 MBC '놀러와'. '해피투게더'와 비슷한 스튜디오 토크 형식이라 유재석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재주를 발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 '롱런'을 위한 리뉴얼 전략

1991년 '출시(제1회 KBS 대학개그제 장려상 수상으로 데뷔)'됐으나 수년 간 빛바랜 '재고 상품(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는)'으로 지냈고 2000년대에 들어서야 매장 선반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 '브랜드 유재석'.

유재석이 '롱런' 전략 수립에 앞서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하는 'SWOT' 분석이다. 'SWOT'은 한 브랜드의 장점(Strength), 단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소를 살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툴이다(▷ 관련기사 'SWOT 분석 통해 본 유재석의 미래' 참조).

방송업계 관계자들의 증언과 SWOT분석을 통해 드러난 유재석의 가장 큰 단점과 위협 요소는 이미지가 단일하다는 점이다. 착하고 바르기만 한 컨셉트로 수년간 인기를 구가해 온 그의 이미지는 대중에 과도하게 '소비'됐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유재석이 가진 비슷비슷한 단면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지다보니 이미지가 고갈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그가 더 오랫동안 사랑받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리뉴얼'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1970년대 처음 선보인 '바나나맛 우유'와 '초코파이'도, 또 '새우깡'도 그 동안 맛, 패키지, 또 유사한 자매품 개발 등으로 리뉴얼을 계속해왔다. 장수 브랜드들은 이처럼 소비자가 식상해하기 전에 스스로 혁신과 쇄신을 꾀한다.

그 누구보다도 유재석 본인이 지금 혁신의 타이밍을 맞았음을 절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공중파 방송사의 예능국 PD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패떴'의 하차 역시 스스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시청률 때문에 그만 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무한도전'이었으면 시청률이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갔을 것이다.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독창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유재석 스스로가 강호동보다 앞선다고 평가하는 부분은 트렌드를 읽고 주도하는 능력이다. '1박2일'의 아류작처럼 여겨지는 '패떴'에서 유재석은 일종의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리뉴얼 전략 수립에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브랜드와의 끊임없는 비교 분석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브랜드 강호동'의 포트폴리오는 '1박2일'(리얼 버라이어티), '강심장'(집단 토크쇼), '무릎팍도사'(1인 토크쇼), '스타킹'(일반인 출연쇼) 등으로 다양해 팔색조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유재석은 '해피투게더'와 '놀러와'가, 또 '무한도전'과 '패떴'이 각각 대동소이하다. '무한도전'과 '패떴'은 주로 야외 촬영이라 체력 소모도 더 크다.

올 2월 종영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 1부-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사진제공 SBS ☞ 사진 더 보기
올 2월 종영하는 SBS '일요일이 좋다 1부-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사진제공 SBS ☞ 사진 더 보기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재충전 기간에 커리어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변신 요소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선배 개그맨 이경규가 '장수'하는 것은 돌아올 때 마다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절실한 요소 중 하나로 '대중(일반인)과의 호흡'을 꼽는 이도 있다. '무한도전'을 통해 유재석은 때때로 대중과의 접점을 갖는다. 그러나 '해피투게더'와 '놀러와'는 사적으로도 친할 법한 연예인 출연자와의 '노닥거림'이 주를 이룬다. 또 '패떴'역시 현지인보다는 출연자들끼리의 게임과 농담으로 꾸며졌다.

MC 유재석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방송사 PD들이 꼽는 것이 SBS '진실게임'이다. 2007년 9월까지, 약 4년 2개월간 MC로 활약한 그는 '전임자 이경실보다 못하다'는 초반 평가를 극복하고 일반인 출연자들을 상대로 능수능란한 진행 솜씨를 뽐냈다.

강호동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서 '안티'를 덜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일반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프로그램 '스타킹' 덕분이다.

'방송 아마추어'인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진행자 입장에서는 훨씬 난이도가 높다. 돌발 상황도 많고, 녹화시간도 길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또 '그 밥의 그 나물'인 연예인 단골 패널들 대신 신선한 출연자들로 새로운 상황 설정과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재석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하나의 돌파구로 삼아도 좋으리라는 의견이다.

▶ '공기업 매니저'→ '대기업 CEO' 이미지로 변신하라

고정 출연자만으로도 북적되는 요즘의 버라이어티 환경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을 끄집어내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유재석의 '서번트 리더십'은 대학의 경영학 수업 시간에도 인용될 정도로 화제였다.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의 황선길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우리 사회가 제조업 중심에서 인터넷, 지식 경제 위주 산업 사회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득세하게 됐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유재석형 리더십'이 각광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간관리자들에게는 좋은 덕목이 되는 이 같은 겸손한 리더십이 정상의 위치에 오른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황 본부장의 지적이다.

"인터넷 시대의 또 다른 속성은 뜻밖의 기회와 위기가 자주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유재석의 리더십 스타일로는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일반 회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유재석과 강호동을 놓고 CEO를 선발한다면 강호동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죠. 톱의 위치에서 안팎의 도전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으려면 때로는 무서울 정도의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황 본부장은 유재석의 리더십을 '공기업 중간매니저형'으로 규정했다. 자기가 다칠 것을 염려해서 복지부동하거나 인기관리를 위해 부하직원의 눈치를 보는 안이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그가 좀 더 보완해야 할 덕목은 그래서 '대기업 CEO'형 카리스마다.

한 방송사 PD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유재석의 '말랑말랑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인 토크쇼에 강한 강호동은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발견하면 대본에 없는 내용까지 깊게 파고 들어간다. 그러나 유재석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싫은 소리 하기 싫어하는 점잖은 사람이라 다소 무례해 보이는 질문은 과감히 생략한다. 그의 캐릭터를 보완하며 '까칠한' 질문을 대신해주는 박명수의 돌발 질문 역시, 출연자가 당황해한다 싶으면 차단하는 식이다. '유재석 1인 토크쇼'는 그래서 아무래도 불안하다."

'착한 남자' '착한 남편'에 이어 '착한 아버지' 타이틀까지 갖게 되면 유재석의 고착된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것이 '브랜드 관리' 전략이 된다는 것.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 사진 더 보기
'착한 남자' '착한 남편'에 이어 '착한 아버지' 타이틀까지 갖게 되면 유재석의 고착된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것이 '브랜드 관리' 전략이 된다는 것.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 사진 더 보기


▶ '브랜드 익스텐션 전략'…이미지를 확장하라

유재석은 지난해 말 열린 MBC연예대상에서 "내년에 아빠가 된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지금 하는 프로그램을 거실에서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재석의 전 소속사 DY엔터테인먼트에서 그와 함께 일했으며 코미디 프로그램 방송 작가로 활동한 대경대 방송MC학과 김일중 교수는 '선한 남자' '착한 남편'에 이어 '자상한 아버지'이미지까지 갖게 된 그에게 또 다른 착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을 경계했다.

"실제로도 예의바르고 반듯한 유재석이 스스로 이 '틀'에서 탈피해 일탈도, 실패도 하고 '어, 유재석한테 이런 면도 있네'라는 얘기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가 관계자 중 상당수는 같은 이유에서 강호동이 유재석보다 롱런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친다. 앞으로도 보여줄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결혼 생활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않는 지금과 같은 '신비주의 전략'이 앞으로도 유지돼야 합니다. 유재석은 단 하나의 이미지로 알려지다보니 '유전자 지도'의 90%가 이미 해독돼 버린 상태입니다. 반면 강호동은 '오리무중형 인간'입니다. 뭔가 무궁무진하게 끄집어 낼 것이 많은 것이,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대 방송 환경에 더 적합해 보이는 것이죠."(김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이장혁 교수는 현재 상태로는 브랜드 유재석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봤다. 앞으로의 문화 상품 트렌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를 추구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이는 유재석 스스로 지금까지 그의 인기 배경이 된 '루저(낙오자)'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등장하는 오락 프로그램 속 캐릭터는 '경제 위기'와 '취업 대란'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화상과도 같은 친근한 존재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상당수는 'TV에 이런 사람들만 나와서 (수준 낮아) 안 본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기성세대까지 아울러 진정한 '국민 MC'가 되려면 '뭔가 부족해보이는' 현재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정보 관련 콘텐츠는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지만 오락만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 속에서 '재미의 역치'에 도전하려니 가학적 행동, 무리한 설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이 교수는 유재석의 롱런 전략에 추가돼야 할 의외의 모습 개발을 위한 요소로 '지적인 콘텐츠 보강'을 제시했다.

이것이 대놓고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는 강호동과 차별점을 갖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퍼스널 컨설팅' 결과다.

'무한도전'의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MBC 사극 ‘이산’에 카메오로 출연한 유재석(오른쪽).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정극 연기자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사진 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무한도전'의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MBC 사극 ‘이산’에 카메오로 출연한 유재석(오른쪽).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정극 연기자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사진 제공 MBC ☞ 사진 더 보기


▶ 급변하는 방송 시장 환경에 대응하라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서는 시장 환경을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방송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민영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미디어렙)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 광고시장이 경쟁체제로 전환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광고 단가 상한제가 없어져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의 광고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고, 시청률에 따른 프로그램별 광고료 차이도 커지는 만큼 유명 MC들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몸값'도 시청률에 연동해 받게 되는 만큼 10%대의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맡아 하느니 20~30%대의 프로그램 한두 개를 맡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외의 인기 MC들이 자기 이름을 내건 간판 프로그램 하나 만으로 수십, 수백억 원 대의 소득을 거두는 것도 이런 방송 환경 때문이다.

"이제 '박리다매'보다 '명품 마케팅'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낭비 또한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견도 많다. 끊임없이 소비돼야 하는 대중문화계의 속성상 '희소성'을 핵심으로 하는 명품 마케팅 전략은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오랫동안 지속돼 온 방송3사-연예인-소속사의 '3중 고리' 구조에서 한 두 개의 프로그램만 선택적으로 고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올해로 데뷔 19년차. 그는 촬영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반성하고 출연자, PD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촬영 이후 작업을 PD에게 일임하는 다른 출연자들과 비교할 때 유재석은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아니면 그만큼 자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이 남다르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PD, 방송작가들이 꼽는 유재석의 특성은 '성실함' '겸손함' '집요함' '세심함' '소심함' '의외의 까칠함' 그리고 '여우같은 처신'으로 집약된다.

지난해 연말에 받은 두 개의 연예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채 새해를 맞은 그가 현재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일중 교수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방송을 떠나는 것,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일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 외에는 재주도, 관심도 없어 더욱 더 '전성기 이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올 봄,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지 지켜보는 일. 이것이 브랜드 유재석의 진화를 기대하는 이들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O2/분석] 경영학 관점에서 본 ‘브랜드 유재석’
● ST전략(강점-위협전략)이 최선, WO(약점-기회전략)이 최악
● 이미 ST전략을 선택한 유재석의 명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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