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G20서 2020 G10으로]<5>창의적 인재에 미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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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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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알토大 ‘평준화 천국’의 첫 엘리트스쿨… 工-藝-經 융합형 인재 양성

지난해 12월 14일 찾은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 핀란드 최대 공대인 헬싱키공대(TKK)의 문패가 걸려 있던 이곳은 TKK, 헬싱키예술디자인대(TaiK), 헬싱키경제대(HSE) 등 3개 대학이 통합해 이달 초 알토대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생산적 충돌’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핀란드의 융합 교육(Convergence Education) 실험은 현재 전 세계 교육계 및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소국 핀란드의 교육혁신

공대-예술대-경제대 합쳐
이달초 ‘신개념 대학’ 탄생
학생들 창의성 교육에 역점


중동의 소국 카타르를 방문한 사람들은 미국의 명문대 과정이 개설돼 있는 ‘미니 아이비리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자원 부국을 넘어서 카타르의 미래를 짊어질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카타르 국가 전략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미래의 국가 발전을 책임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국운(國運)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뛰어난 인적자원을 밑거름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도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갈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강소국(强小國)들의 교육 현장은 인재 육성 시스템의 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 창의적 인재 기르는 핀란드


알토대 본부가 있는 TKK의 ‘디자인 팩토리(Design Factory)’에 들어서니 각종 기계, 선반, 컴퓨터, 캔버스 등이 흩어져 있었다. 방들에는 다양한 프로젝트 이름이 걸려 있고, 구석의 한 대형 스크린 앞에서는 학생들이 닌텐도 위(Wii)로 몸을 움직이며 스포츠게임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 팩토리는 알토대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비즈니스맨이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제품을 디자인하는 ‘플랫폼’이다. 디자인 팩토리를 이끌고 있는 칼레비 에크만 교수는 “공대와 산업디자인 연계 코스는 외국에도 있었지만 비즈니스까지 세 분야가 통합된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학생들이 다른 분야 사람들과 토론하고 작업하면서 스스로의 능력과 디자인의 핵심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다른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디자인 팩토리에는 3개 대학뿐 아니라 기업체 소속 디자이너 등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학내 벤처기업도 출범했다. 산업디자인뿐 아니라 환경오염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도 모색한다.

알토대 자체가 세기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핀란드의 야심 찬 국가 프로젝트다. 알토대의 핵심가치는 혁신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알토대는 올해 ‘창조적 지속가능성(Creative Sustainability)’이라는 대학원 과정을 신설해 도시계획, 건축, 디자인, 경제학 등을 총망라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 해법을 찾을 계획이다.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美명문 6개大간판학과 유치
‘중동의 아이비리그’ 명성
글로벌 시각 갖춘 리더 육성


한누 세리스토 알토대 부총장은 “핀란드 교육은 역사적으로 평등주의가 강조됐고 엘리트스쿨은 없었다”며 “알토대는 긍정적인 의미의 엘리트 스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질은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되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에게 열려있는 학교로 운영해 겸손하면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 천연가스 부국에서 ‘교육 강국’으로

카타르 수도인 도하의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5분 정도 가다 보면 미국의 대학 캠퍼스 타운을 연상시키는 지역이 나타난다. 넓은 잔디밭, 5층 안팎의 갈색 벽돌로 만들어진 현대식 건물, ‘Learn(배움)’과 ‘Innovate(혁신)’ 같은 단어의 조형물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카타르 정부가 아랍권의 인재 육성을 위해 2003년부터 조성한 교육단지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다.

카타르는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자체 육성하기 위해 미국 명문대의 간판 전공 과정을 대거 유치했다. 조지타운대 외교학, 노스웨스턴대 신문방송학, 코넬대 의학, 카네기멜론대 경영학과 컴퓨터공학, 텍사스A&M대 공학, 버지니아 커먼웰스대의 디자인 전공 등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법학 분야의 명문대 유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이미 ‘중동의 아이비리그’로 불리고 있다.

해외 분교 형태지만 에듀케이션 시티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카타르재단 측은 분교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커리큘럼과 교수진이 본교와 똑같고 학생 활동과 졸업장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카타르재단은 미국 대학 유치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적 도움을 줬고 왕비가 직접 나서서 대학 관계자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카타르 국왕의 아들도 조지타운대 외교학과를 졸업하는 등 카타르 정부는 에듀케이션 시티 육성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데니스 로버츠 카타르재단 교수학생지원부문 부총장은 “의학 경영학 공학 분야는 당장 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외교학과 신문방송학 전공에선 카타르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 공무원과 언론인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통합형 교육 현실

학부제 통한 융합교육 시도
영역간 다툼으로 성과 미흡
해외 명문대 유치도 제자리

○ 한국의 인재 육성 현실은…


한국도 융합형 인재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인문사회-과학기술 학제 간 융합연구사업 지원 대상으로 23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대학의 학제 간 연구나 인재 육성 시스템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많은 대학이 ‘학부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기존 학과별 체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교수 연구자들 간의 권한 다툼 및 학문 영역 간의 이해 부족 등으로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명문대의 국내 유치도 몇 년 전부터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목표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규제 및 사회 경제적 제약으로 진척이 미미한 상태다

로버츠 부총장은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는 글로벌 수준의 인적자원을 육성하려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학들에도 투자를 해야겠지만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리더를 단기간에 배출하려면 ‘리더스쿨’의 위상을 오래전부터 유지해 온 외국 명문대들을 유치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박현진 경제부 차장
▽미국 영국=박형준 기자
▽핀란드 프랑스 스위스=정재윤 기자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세형 기자 (이상 경제부)
▽독일 오스트리아=강혜승 기자
▽스페인 중국=한상준 기자
(이상 산업부)

■ 핀란드 교육委 자문위원
“우수한 교사가 교육경쟁력의 핵심 즐겁게 공부할 교실환경 만들어야”


핀란드는 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03년 PISA에서 핀란드는 30개국 중 읽기 1위, 과학 1위, 수학 2위를 차지했다. 2006년에도 과학 1위, 수학과 읽기 2위 등 상위권을 지켰다. 한국은 수학 3위였다.

하지만 핀란드 학생들의 수학 학습시간은 주당 평균 5시간으로 한국(10.5시간)의 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학업성취도는 한국보다 높다.

무상교육에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창의성과 수월성까지 놓치지 않는 핀란드 교육의 비법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16일 핀란드교육위원회 레오 파킨 자문위원(사진)을 만나 물었다.

―핀란드 교육이 왜 우수한가.

“핵심은 우수한 교사다. 교사의 직업 만족도와 사회적 지위가 높아 우수한 지망생들이 몰린다. 교사 스스로 교과서를 선택하고 학습 내용 및 방법을 디자인한다. 대졸자 중 매년 4600∼4700명이 교직에 지원하고 이 가운데 700∼800명만이 채용된다. 그래서 최고의 교사들을 뽑을 수 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모든 학생에게 각자의 목표를 주고 그들에게 맞는 교육법으로 가르친다. 우수한 학생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학생들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우리는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위로 끌어올려 이 격차를 줄인다. PISA의 평가항목 중 ‘자신감’ 부문에서 핀란드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경제적 사회적 배경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우수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핀란드의 헌법적 가치다.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 테스트도 하지만 서열을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취도가 낮은 학교에 더 많은 예산과 우수한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조언한다면….

“학교와 교사는 모든 학생이 즐겁게 공부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수준에 맞는 과제를 부여해 학생들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과도한 학습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공부할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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