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편지/이용규]새처럼 곰처럼, 유럽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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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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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시련의 계절이다. 겨울 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추위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난방을 하고 두꺼운 옷을 입는다. 동물은 동굴 속이나 덤불 속에서 추위를 막는 것이 고작이다. 동물이 추운 겨울을 보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금 사는 그곳에서 버티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좀 더 따스한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새나 일부 물고기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여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사를 간다.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먼저 인공 햇빛 쬐기.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한국보다 훨씬 북쪽에 있다. 독일은 위도상 50도 정도로서 러시아의 사할린과 비슷하다. 위도가 높아서 겨울에는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떨어진다. 게다가 봄여름과는 달리 겨울에는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흐려서 햇빛을 접할 기회가 적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중서부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햇살이 부족하고 으스스한 겨울을 잘 지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공적으로 햇빛을 받는 것이다. 이곳 도시를 걷다 보면 ‘햇빛 가게(Sun Studio)’를 발견할 수 있다. 인공 자외선을 쬐는 가게이다. 햇빛이 부족한 겨울에 이곳에서 선탠을 하거나 한 시간씩 누워서 햇빛(물론 인공이다)을 쬔다. 그래야만 부족한 자외선을 보충하고 비타민 D를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우나를 들 수 있다. 북극곰이나 개구리가 겨울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고 굴속에서 지내듯이 이곳 사람들은 겨울에 실내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작은 도시에도 사우나 시설과 노천탕을 함께 갖춘 공공 목욕시설이 있는데 여름보다는 겨울에 손님이 더 많다. 실내수영장도 겨울 손님이 많은데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중충하고 스산한 겨울에 따스한 실내수영장이나 사우나에 가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면서 추위를 이기는 것이 유럽인의 겨울나기 방법이다. 사우나의 한구석에 자외선을 쬐는 방이 따로 있음은 물론이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겨울이 되면 철새가 남쪽 나라로 옮겨가서 몇 달 동안 지내는 것과 비슷하다. 동물 중에서도 일부 새만 그러하듯이 겨울을 피해 남부 유럽이나 북아프리카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돈이 많은 일부로 국한된다. 그들은 스페인 이집트 등으로 날아가서 부족한 햇빛을 보충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휴가를 위해 이곳 사람들은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은다. 새가 남쪽 나라로의 긴 비행에 대비하여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영양을 보충하고 몸을 단련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집에서 지낸다. 유럽인은 여름에는 오후 11시까지 식당에서 노닥거리지만 겨울에는 저녁이 되면 창문까지 모두 닫고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보통이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동물의 겨울나기와 비교해 볼 때 아직 하지 않은 것이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사람은 매일 일을 해야 하므로 겨울이라고 해서 며칠 동안 잠만 잘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 사람도 겨울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곰처럼 긴 시간 겨울잠을 자지는 않지만 겨울에는 조금이나마 잠자는 시간을 늘리려 한다.

이용규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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