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희망과 고통 오가며 한국문단 현장을 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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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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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김화영 지음/288쪽·1만5000원·문학동네

“육체는 슬프도다. 오호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읽었노라.”

10년 만에 평론집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를 펴낸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말라르메의 시 ‘바다의 미풍’의 첫 구절로 책을 엮어내는 소회를 대신한다. 이 책은 “10여 년 동안 이 나라에서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저자가 때로는 즐거움과 희망, 때로는 굴레와 중노동, 고통 사이를 오가며 임했던 현장비평의 기록들이다. 박완서, 박범신, 은희경, 신경숙, 조경란, 윤대녕, 편혜영, 정한아 씨 등 한국 문단에서 주요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비평이 수록됐다.

저자는 박완서 씨를 ‘우리 소설계의 예외적’ 작가로 지칭한다. 조로증이 심한 우리 문단에서 아직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는 그뿐이기 때문이다. 박 씨에 대해 저자는 “한결같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언어로 한 시대의 감성과 삶의 결을 소상하게 드러낸다”고 평한다.

또한 윤대녕 작가는 소설계의 ‘인상주의 화가’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윤 씨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문학, 미술, 천문학, 사랑이라는 네 가지 극을 중심으로 ‘인상주의 화가 특유의 우수가 깃든’ 작품으로 평했다.

‘풍요 속의 빈곤’인 한국문학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그는 “근래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되고 있는 소설들의 양적 증가는 놀랍다”면서도 “소설가로서의 기본적 역량 부족을 ‘실험정신’으로 포장해 놓은 난해한 산문, 단편소설을 억지로 뻥튀기한 장편, 전반부의 거창하거나 참신한 출발을 감당하지 못한 채 제풀에 무너지고 마는 후반부의 느슨한 구성” 등을 비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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