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손가락 화가’ 오빠의 흔적만 확인하고… ‘곡두’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코멘트
◇ 곡두/함정임 지음/328쪽·1만2000원·열림원

표제작 ‘곡두’에서 결혼을 앞둔 ‘그녀’는 배다른 오빠를 찾아 통영으로 떠난다. 5년 전, 결혼할 남자를 만났을 때 ‘누군가가 네 손을 잡아줘야 할 것 아니냐’는 노모의 말에 오빠를 찾아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의 빚 때문에 오빠는 개인파산자가 되어 떠돌아다니던 상태였다. 이번에도 그녀는 오빠를 만나는 데 실패한다. 대신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지두화가가 됐다는 오빠의 작업실에 들러 오빠가 머물렀던 흔적만 확인한다.

‘자두’와 ‘상쾌한 밤’은 ‘곡두’에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다. 상견례를 앞둔 남자는 전처와의 기억을 회상하고, 여자는 오빠가 그린 심장 두 쪽이 한 몸처럼 엉겨 붙은 형상의 자두 그림을 올케에게서 받는다.(‘자두’) 오빠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여동생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개인파산자 신세인 자신과 점점 멀어져가는 아내의 얼굴만 어른거릴 뿐이다.(‘상쾌한 밤’) 환영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 ‘곡두’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쫓는다.

안락사를 원했던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의 아버지를 간호하는 딸 안서와 윤서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환대’와 ‘구름 한 점’ 등 총 10편의 단편을 엮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지난 4년간 내 삶을 지배해온 ‘인간 문제’에 대한 소설적 응전”이라고 작품을 표현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