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13년 포드車 조립라인 도입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여기에는 정말 훌륭한 인간이 많구나!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여.”

문명인인 어머니 린다가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로 일행에서 낙오되는 바람에 야만인 거주지인 보존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한 존. 그는 20세 때 문명 세계의 여행자인 버나드와 레니나를 따라 런던에 와 생전 처음 문명사회를 목격한 뒤 이렇게 감탄한다.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의 한 대목이다. 멋진 신세계란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서 따온 표현.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생산하기 시작한 1908년을 신기원(新紀元)으로 그로부터 632년 후의 사회다. 서력으로는 2540년.

포드기원 141년(서력 2049년)에 터진 9년 전쟁으로 이전 세계는 붕괴되고, 인류는 세계국가를 만든다. 새롭게 건설된 세계에서 인류는 포드를 신으로 받들게 된다. 십자가의 머리부분을 떼어낸 ‘T’가 이 사회가 믿는 종교의 상징이다.

모든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이 아닌 유리병 안에서 영양공급을 받으며 생산된다. 수정란 시절부터 산소와 영양 공급의 양을 조절해 사회 최고위층인 알파부터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으로 나뉘어 지능과 체격, 직업 등이 결정된다.

아이들은 유아기부터 ‘수면 학습’을 통해 자기 삶에 만족하도록 세뇌된다. 특정인과의 결혼이나 과도한 애정은 금지되고 폭넓은 성관계가 보편화된다. 사회의 해악인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부작용 없는 마약인 ‘소마’의 복용이 권장된다.

노화방지 약물을 섭취해 20대의 건강한 신체를 60대까지 유지하다가 사망하면 시신은 소각장에서 비료 등 유용한 원소로 환원된다. 누구도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야만인’ 존은 이렇게 이상한 ‘멋진 신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끊는다.

헉슬리가 1908년을 미래사회의 기원으로 정한 것은 대량생산(Mass-Production)의 시대가 이 해에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포드는 모델 T 승용차를 생산하면서 표준화와 어셈블리(조립)라인을 처음 도입했다. 특히 5년 뒤인 1913년 12월 1일 공장에 설치한 컨베이어벨트 조립라인은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제조원가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균일한 제품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헉슬리는 이 소설에서 과학의 발달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것은 그의 영역 밖. 이 소설의 연호에 따르면 정확하게 ‘포드기원 100년’인 2008년, 미국 자동차 메이저들이 휘청거리면서 포드 역시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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